“코로나 때문에 너무 힘들지만 미세먼지 없는 건 좋은 것 같아.” 올 들어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기 하나는 좋아진 것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사람들의 단순 추정을 넘어 실제 데이터로도 공기 질이 개선됐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를 겪은 작년보다 28%, 최근 3년 평균보다는 25%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우리나라 공기가 깨끗해진 요인을 환경당국과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정도로 꼽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이 공장 가동을 대폭 줄이면서 한반도로 넘어오는 국외 오염물질의 총량이 크게 줄어든 게 첫째 원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고농도 미세먼지의 최대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최대 오염원’인데 코로나 발생 이후 이동 제한과 봉쇄 조치, 공장 가동 중단 등을 취했다. 2월 중국 내 337개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전년 동기에 비해 27.3% 줄었다.
북서풍이 주로 불었던 예년과 달리 올해 한반도에 동풍이 많이 불었던 기상 여건도 미세먼지 감소에 도움을 줬다. 북서풍은 중국 동부 해안 공장지대의 대기오염 물질을 한반도로 실어 나른다. 지난 겨울철이 예년보다 따뜻해 중국과 몽골 등 아시아 전역의 난방 수요가 감소한 것도 깨끗한 공기에 도움을 줬다.
미세먼지는 굴뚝 오염물질과 경유차 등의 배기가스가 주요 원인이다. 편리함을 추구하고 문명의 혜택을 누릴수록 숨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미세먼지 공습은 전적으로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이 좀처럼 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인재(人災·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나는 재앙)가 불가항력적인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진정되는 기미를 보인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몇 달간은 맑은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씩 각자 절제할 때 다 함께 더 편하게 숨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독일과 노르웨이 연구진이 올 2, 3월 봉쇄 조치를 취한 중국 미국 등 2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청명했던 가을 날씨가 지난주인 20일에는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으로 탁해졌다. 중국에서 북서풍을 타고 온 오염물질 등의 영향이 크다. 중국이 ‘확진자 제로’를 주장하면서 공장 가동 등 경제활동을 정상화한 데다 우리나라도 거리 두기 완화 이후 이동량이 많아지면서 도로가 다시 붐비고 있다. 자칫하다가 코로나19에, 독감에,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는 트리플 악재 상황이 될까 걱정이다.
동아일보 10월 20일자 이태훈 논설위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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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독일과 노르웨이에선 최근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9% 줄어들었구나.
② 중국이 공장 가동 등 경제활동을 정상화하며 다시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어.
③ 우리나라에서도 거리 두기 완화로 이동량이 많아졌는데, 이것이 미세먼지를 더 심화시킬까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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