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글로 누군가는 출세를 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글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문인부터 새 시대의 문장으로 성리학 바깥세상을 꿈꾼 신지식인까지, 역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구한 편지 한 장부터 붓을 꺾지 못해 고난을 자초한 절개 높은 상소문까지. 문장이 담은 시대의 풍경과 시대가 탄생시킨 문장가의 사연을 생생하게 복원한 책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글을 읽고 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가는 메일, 각종 SNS 메시지, 넘쳐나는 인터넷 뉴스 등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장은 양적인 면에서 역대 최고일 것이다. 과연 질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는 좋은 문장을 쓰고 있을까. 그 이전에, 좋은 문장이란 과연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학자 백승종 교수는 500년 조선사를 가로지르는 명문장 이야기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저자는 정치·사회·문화·사상을 아우르는 통합적 연구, 통사와 미시사를 넘나드는 입체적 접근으로 다양한 주제사를 집필해왔다. 국내 역사학계에 미시사 연구방법론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는 30여 년간 동서고금의 문장을 두루 탐독해왔고, 이 책에서 ‘문장의 왕국’ 조선을 풍미한 명문장에 주목해 조선 최고의 문장을 엄선하고 명문장가들이 전하는 지혜와 통찰을 조명한다. 시대의 조류가 바뀌면 문장에도 파란이 일었고, 때로는 문장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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