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자가 준 4300만원 뇌물” 징역 2년6개월… 7년만에 첫 유죄
윤중천 금품-성접대는 무죄-면소
김학의 前차관측 “즉각 상고하겠다”
건설업자와 부동산 시행업자 등으로부터 성 접대를 포함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4)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13년 건설업자 윤중천 씨(59·수감 중)로부터 별장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7년 만에 김 전 차관에게 처음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300만 원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2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지만 항소심 선고로 1년여 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0∼2011년 이른바 ‘스폰서’ 역할을 한 부동산 시행업자 최모 씨로부터 현금과 차명 휴대전화 사용 대금, 법인카드 사용 대금 등 43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최 씨가 1998년 부동산 시행사업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형사 처벌된 전력이 있어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를 대비해 뇌물을 건넨 것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시각이다. 1심 재판부는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반대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0∼2011년 특수부 검사와 법무부 검찰과장,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등을 거친 김 전 차관에게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서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 김 전 차관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며 “김 전 차관은 최 씨가 시행사업을 하다 특수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차관의 사건이 단지 10년 전 뇌물수수 범죄의 단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소위 ‘스폰서 검사’가 2020년인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함께 던진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올 9월 최후 변론을 통해 “이 사건은 뇌물수수 사건의 유무죄를 가리는 것을 넘어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를 형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며 중형 선고를 요구했다.
김 전 차관이 윤 씨로부터 2006년 9월∼2008년 2월 13차례에 걸쳐 강원 원주시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은 ‘액수를 알 수 없는’ 뇌물과 현금 등 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재판부가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1심과 같은 면소 판결을 내렸다. 뇌물죄의 공소시효는 액수가 3000만∼1억 원이면 10년, 1억 원 이상은 15년이다. 검찰이 지난해 6월 김 전 차관을 기소했지만 성 접대 사건 등은 2008년 2월 이전에 발생해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2008년 김 전 차관이 여성 A 씨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윤 씨가 A 씨로부터 받아야 할 상가보증금 1억 원을 포기시켰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12년 사망한 모 저축은행 회장 김모 씨로부터 1억5000만 원을 제공 받은 혐의에 대해선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선고 직후 3분여간 천장을 올려다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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