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DAS)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79)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의혹이 불거진지 13년 만이다.
대법원은 다스 자금 등 횡령, 삼성그룹 등 뇌물, 이 전 대통령 정치자금법 위반 각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그 나머지 공소사실 및 직권남용, 일부 다스 법인세 포탈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각 판단한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BBK에 거액을 투자했던 다스의 원래 주인이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 것이란 내용이 골자다.
이 전 대통령이 이상은씨 명의를 빌려 보유하고 있던 도곡동 땅을 팔아 다스를 설립했는데, 이 돈의 일부가 이 전 대통령과 김경준씨가 공동 설립한 BBK로 흘러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의혹이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했으나 검찰은 “도곡동 땅 중 이상은씨의 지분은 제3자의 것”이라면서도 그 ‘제3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해 12월 ‘다스는 이명박의 소유로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자 다음 해인 2008년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특검팀도 “도곡동 땅의 소유주는 이상은·김재정씨로,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아니다”라며 다스 관련 의혹을 전면 무혐의 처리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이 불거지며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이 전 대통령이 아들 이시형씨의 명의로 사저 부지를 매입해 부동산실명제법을 어겼다는 내용인데, 이 과정에서 이상은씨가 빌려준 현금 6억원이 다스 비자금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전원 불기소 처분을 했고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출범해 수사에 나섰다. 청와대 전직 경호 관계자들을 불구속기소했으나 자금의 출처는 밝히지 못했고 이시형씨도 불기소처분했다.
이후 다스 전무로 승진한 이시형씨가 이상은 회장 아들 이동형 부사장을 눌고 경영권을 장악한 듯한 모양새가 지속되면서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후 2017년 12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은 다스 관련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스 본사, 서초동 영포빌딩, 이상은 다스 회장 자택 등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조환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이라 결론 내렸고, 2018년 4월 이 전 대통령을 특가법상 뇌물·조세포탈·국고 등 손실, 특경법상 횡령 등 1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대통령의 1, 2심 재판부 모두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가 맞다고 판단했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장기간 동안 230억원을 횡령하고 당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2심도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으로 비자금 조성, 다스 법인카드 사용 등 1심에서 인정한 약 247억원을 모두 횡령액으로 인정하며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란 원심 판결을 수긍했다. 또 검찰이 추가기소한 삼성의 다스 미국소송비 대납 혐의를 일부 인정해 형량이 2년 늘어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보석도 취소돼 이 전 대통령은 다시 재수감됐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보석취소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석취소 결정에 대한 재항고 결정 때까지 구속집행을 정지한다”며 이 전 대통령을 석방하면서 결정이 나올 때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본안선고와 동시에 이 전 대통령의 보석취소 결정에 대해 “고등법원의 결정에 대하여는 집행정지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곧 재수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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