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어른의 축소판 아냐…성장과 발달 계속해"
다인이 '선천성 횡격막 탈장' 이겨내고 가족 품에
'380g' 세온이 몸무게 5달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
‘1000g 미만(초극소 미숙아)으로 태어나 치료를 받고 건강해진 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채 10주나 일찍 태어났지만 완치된 쌍둥이 아기,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오는 심장 전위증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아기…’
작고 연약하지만 신비로운 아기의 생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아기는 어른과 달리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적절한 치료로 고비만 넘겨주면 모든 장기가 성장과 발달을 해 (건강이)좋아질 수 있다. 우리도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기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닌 성장과 발달을 계속하는 독립 개체이기 때문에 ‘생명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생후 6개월된 다인이도 생명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인이는 출생 당시 일반인의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폐를 갖고 태어났다. 중증 희귀질환인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이 원인이었다.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은 가슴 안의 심장과 폐를 뱃속의 소화기 장기들로부터 분리해주는 횡격막에 선천적으로 구멍이 나 있는 질환이다. 배 속의 장기가 횡격막의 구멍을 통해 밀려 올라와 심장과 폐를 압박해 호흡 곤란이 오고 심장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정 교수는 “그렇게 작은 폐를 갖고 태어나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라면서 “최근 연구결과만 놓고 보면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보호자에게 ‘한 번 (치료를)해보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다인이는 일반인의 15~25%의 폐를 가진 정상 체중 아기의 생존율(33%)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36주 만에 2010g으로 태어난 저체중 출생아였던 데다 위, 소장, 대장, 간, 비장 등이 모두 탈장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내에 생존 사례가 없었다. 다인이와 의료진에게는 생존을 위한 도전이었던 셈이다.
다인이는 호흡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인공호흡기와 이산화탄소를 걸러주고 산소를 공급해주는 인공심폐장치 ‘에크모’(ECMO·체외막산소요법) 치료를 받았다. 얼마 후 보란듯이 모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고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체중도 4.6kg으로 늘었다.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추고 방긋 웃기도 한다. 다인이 아빠 이정용씨는 “다인이가 건강하게만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정 교수는 “어른이 폐가 20% 밖에 없다면 폐가 자라지 않아 건강한 사람의 폐를 이식하는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아기들은 극한 상황에서 성장과 발달을 하면서 적응해 나간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다인이와 사례는 다르지만, 지난 2018년 1월, 24주 5일만에 302g으로 태어난 사랑이는 생존확률 1%의 벽을 넘어 2년여 만에 체중이 30배나 늘었다.
박국인 세브란스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24주 만에 500g으로 태어난 쌍둥이를 살린 경험이 있다. 이 쌍둥이는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인 데다 한 아기는 심한 혈관종이, 또 다른 아기는 중증의 심장기형이 있었다. 쌍둥이는 심장, 폐, 배 수술을 받고 죽을 고비도 수 차례 넘긴 끝에 5~6개월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휴대폰 2대 무게인 380g으로 태어난 세온이도 뇌실내출혈, 폐에 문제가 생기는 유리질막질환, 태변이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장폐색, 미숙아망막증 등 응급상황을 겪었지만 모두 잘 이겨냈다. 몸무게도 다섯 달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난 3260g이 됐다. 박 교수는 “아기는 어른과 완전히 다르다”며 “아기들의 생명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다른 기적을 준비 중이다. 미숙아들이 뇌성마비나 정신지체, 난치성 뇌전증 등 뇌손상 후유증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줄기세포 연구에 힘쓰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의 초기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박 교수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중증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미숙아와 신생아를 대상으로 인간 신경줄기세포를 뇌에 이식하는 연구자 임상 연구를 총 41건 진행한 결과 일부 환아는 뇌성마비나 난치성 뇌전증이 많이 줄고 인지능력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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