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과 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은 막자며 한창 독려하기 시작한 독감 백신 접종 사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사업 시작 전부터 무료 접종분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유통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독감 백신에 대한 불신이 피어 오른 가운데 접종이 시작되자 이번엔 “접종을 받고 사망했다”는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은 26일 0시 기준 사망자 59명 가운데 46명에 대해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접종률은 크게 낮아졌다. 백신 기피(vaccine hesitancy)가 생긴 것이다.
‘감염학의 대가’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독감 백신이야말로 백신의 두 가지 요건인 안전성과 효과가 높게 인정된 것인 만큼 꼭 접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화살의 비유’를 들었다. 불교 ‘전유경’(箭喩經)에 나오는 일화다. 지나가던 나그네에게 독화살이 꽂혔다. 사람들이 서둘러 독화살을 뽑으려 하자 오히려 화살을 맞은 사람이 이를 뽑지 못하게 한다. “이 화살은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누가 쏘았는가, 무슨 이유에서 쏘았는가, 독은 어떤 성분인가”며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부처는 “그는 자신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죽고 말 것이다. 급선무는 독화살을 뽑아내는 것”이라고 제자들을 가르친다. 김우주 교수는 독감이란 독화살이 꽂히려는 찰나에 이를 놓고 논쟁하기보단 그 전에 빨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최선의 방역은 최대한의 대비라면서.
◇상온노출 백신 전량 폐기, 국민 신뢰 제고 차원 옳은 결정
그러면서 고령자들의 경우 추위와 긴장, 스트레스에 취약하니까 하루에 100명씩 몰려 빡빡하게 접종을 받게 하기보단 좀 더 천천히, 편안하게 접종할 수 있게 하루 30명대 정도로 줄여서 접종하는 ‘페이스 조절’, 즉 분산 접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당국은 사망자의 사인과 접종 간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정확한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어쩌면 접종분이 모자라는 사태를 빚을 수도 있었겠지만 상온에 노출됐던, 또 백색 입자가 생긴 백신을 다 폐기하는 것이 국민적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적절한 조치였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백신이 나오더라도 이를 맞지 않으려는 백신 저항이 생긴다면 그건 더 큰 일일 것이라면서.
코로나 백신의 국내 개발엔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권, 정부와 상관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그와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민들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제약사들의 개발을 촉진하고, 이들이 개발하고 있는 백신을 입도선매(立稻先賣)한 것처럼 우리나라 또한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러한 법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병과의 전쟁은 이제 정보전이라면서 해외에 감염병 정보관을 꼭 파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감염의 물결이 몰아치던 때엔 매일 유튜브를 통해 코로나 상황을 분석해 전달했고 지금도 한 주에 두 차례씩 관련 유튜브 생중계를 한다. 놀랍게도 외국의 새 논문, 감염 사례 분석 등이 빼곡하다. 과학과 데이터에 근거해 사안을 투명하고 친절하게 알리는 일, 그것이 ‘시니어’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할 계획이란다. 다음은 당부와 조언,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던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본격 추위 전 고령층 접종 필수…접종인원 밀집은 경계해야
-‘독감 백신 사태’가 심각해 보인다. 이대로 접종 사업 계속되어도 되는가.
▶ 이분법적으로만 보면 안 된다.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잇따르니까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 아니면 백신하고 무관하니까 그대로 접종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식으로. 세상은 복잡계다. 과학에 근거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당국이나 언론에 있어 필요하다. ‘사망 중계’는 더 이상 하지 않으면 좋겠다. 백신은 꼭 맞아야 한다. 감염병에 있어 최선의 방역은 그것이 오기 전에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단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고령층의 경우엔 추위와 긴장,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갑자기 외출해서 찬바람 맞고 주사를 맞기까지 긴장하고 오래 기다리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꼭 100명씩 접종하지 않고 30명대로 줄여서 천천히 기다리고 긴장도 완화하면서 맞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고령자는 독감으로 해마다 많이 사망한다. 미국의 경우 한 해 5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우리나라는 매년 3000여명인데 백신을 잘 맞아서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이다. 백신을 접종하길 꺼리는 백신 기피 현상이 나타나 접종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는데 이러면 안 된다. 독화살이 꽂히는데도 논쟁만 하고 있을 것인가. 빨리 대비를 해야 한다. 이번 사망자들 분석을 보면 대부분 고령층이고 뇌경색,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경우다 대부분이다. 백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저질환 및 백신 접종 환경이 문제였을 것이고, 특히 접종 3~4일 이후 사망한 경우는 오비이락격이다. 백신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추정해 신고가 늘어났기 때문에 (발표되는) 숫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잘못한 것도 있다. 부검해서 사인 규명하는데 처음에 2주 이상 걸린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2~3일이면 다 끝나고 발표할 수도 있다. 원인 규명에 좀 더 서둘렀어도 좋았을 것이다.
-더 서둘렀어야 한다는 얘기인가.
▶ 아마도 (서둘지 않았던 데엔) ‘국민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는 식의 주문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임진왜란 때의 예를 들어보자. 수상한 동향을 살피기 위해 일본에 갔던 조선통신사 중 김성일 부사는 “일본이 침략할 낌새가 없다. 쥐와 같이 생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대담하지도 않아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고 보고 했다. 그런데 같이 갔던 황윤길 정사는 “일본이 많은 병선도 준비하고 있다”며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한다. 황윤길이 김성일에게 “왜 그렇게 보고했느냐”고 묻자 “지금 남쪽 지방에 역병도 돌고 불안한데 일본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알리면 민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한다. 당장의 어려움을 덮기 위해 그렇게 왜곡해서 보고하면 안 됐다. 결국 임진왜란 일어나지 않았는가. 불안을 막으려고만 해선 안 되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더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꽤 높은 편이었지 않은가.
▶ 우리나라 노인 독감 백신 접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다(참고: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독감 백신 접종률은 84.4%). 백신 접종에 있어선 모범적인 국가였다. 미국은 백신 기피 현상이 심한 나라다. 그래서 사망자도 많은 것이고. 우리나라 국민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많고 새로운 백신에 대한 거부감도 적은 편이어서 그랬다. 그리고 우리나라 독감 백신의 수준도 높다. 해외에 활발히 수출하고 있는데도 외국 백신이 더 안전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지나치다. 이러한 신뢰를 쌓는 건 지난한 일인데 무너지는 건 이렇게 한순간이다.
◇감염병 정보관 해외 파견…국산 코로나 백신 꼭 개발해야
-코로나 발발 시점으로 가 보자. 어떻게 정보를 접하고 파악하게 됐나.
▶ 1월 초 우한 소식이 들렸고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서도 연락이 왔다. 찾아보니 이상했다. 사망자가 없고 사람 간 전파가 없고 의료진 감염도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중국은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사스(SARS) 발생, 전파 국가였지 않나. 그때도 굉장히 통제된 보고를 하다가 사태가 커졌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주변에 “정보를 좀 더 캐봐라. 우한에 총영사관도 있는데 알아보고 웨이보 같은 SNS 소식도 알아보라”고 했었다. 21세기 감염병과의 전쟁은 정보와의 전쟁이다. 한발 앞서 알고 한발 앞서 방역을 하고 차단하고 준비를 해야 그게 제일 효과적인 건데 정보가 너무 없었다. 나는 10년 전부터 중동이나 중국, 아프리카 같은 곳에 당국에서 정보관, ‘감염병 정보관’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역학조사관이란 과거식 호칭도 ‘정보’란 말을 넣어 바꾸자고 했고. 미국의 전염병 정보관(Epidemic Intelligence Service officer)처럼 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약 주재관을 중국에 몇 명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질병청은 그런 것도 없다. 이제라도 두어야 한다.
-코로나 백신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헷갈려하지 않는가. 최근에야 (대통령 선거 전인) 10월 출시는 어려울 것이고 내년 말에야 대량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가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실화(백신 출시)할 것이란 믿음을 더 강화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통상 백신 개발에 10년까지도 걸리는 걸 10개월 안에 만든다? 더 냉정하게 볼 필요는 있다.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그래도 백신 개발과 생산의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에선 내년 초쯤이면 하나둘 정도 나오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가 남아 있다. 백신이란 수레의 두 바퀴는 효과와 안전성이다. 바퀴 중 하나가 빠지면 안 된다. 한국 내 개발은 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개발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되어야만 한다.
-미국이 코로나 치료제로 렘데시비르를 공식 승인한 것도 좀 서두른 측면이 있나.
▶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 선거 목적으로 말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백신 개발과 확보는 어떤 식으로 가야 하는가.
▶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코로나 백신 개발은 늦어지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꼭 진행되어야 한다. 국민 생명이 정권이나 정부에 국한되어서야 되는가. 연구개발(R&D)이 꼭 정권에 한정되어서야 되겠는가. 끈기있게 가야 한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적으로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가 있는 것이 10개인데 남의 주머니 돈 세고만 있지 말고 확보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은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Operation Warp Speed)라고 해서 백신의 신속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했고 제약사에 자국민용 백신을 미리 대량으로 확보해 두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모더나에 우리 돈 1조8000여억원을 투자, 백신을 선확보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그러한 법·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코로나는 ‘3U’…1~2주 단위 ‘두더지 잡기’ 방역으론 한계
-김 교수께선 처음부터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최고로 높였어야 했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1단계로 완화한 것도 성급한 것이라고 여전히 평가하는가.
▶ 코로나라는 것은 ‘쓰리U’(3U)다. 전혀 모르고(unknown), 예측할 수 없고(unpredictable), 전대미문의(unprecedented) 것이란 점에서. 그래서 과거의 경험과 현재까지 코로나에 대한 연구 결과와 정책, 이걸 바탕으로 최대의 결정을 해야 한다. 적을 잘 모르면 겸손해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는 전초전이었다. 그때 감염병에 대한 대응체계를 만들어 둔 것이 코로나 사태 초반에 덜 우왕좌왕할 수 있도록 해주긴 했지만 이건 메르스와 다르고 더 힘든 거다. 지역사회에 퍼지고 전파력도 빠르고. 나는 방역을 최고 수준, 대만이나 뉴질랜드처럼 철저하게 통제하고 방역했었어야 한다고 봤다. 맨날 1~2주 ‘두더지 잡기식’ 방역 수준 결정을 하는 것보다. 왜 중장기적 전략이 없는가 안타깝다. 중국에서의 입국도 다 막아야 한다고 했다. 방역을 생각하면 그랬어야 했다. 외교 관계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는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쉽다. 지금도 그래야 했다고 생각하는가.
▶ 알고 있다. 지금도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방역도 백신도 정파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전문가는 정파성이 아니라 오로지 과학에 근거해 조언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4월 말, 7월 초에도 지역사회 감염 제로(0)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들 봤다. 그러나 풀어줘서 어떻게 됐는가. 5월 연휴 이태원 집단감염이 일어났고 8월엔 광화문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유튜브를 통해 매주 두 차례 코로나 등 감염병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논문 소개와 사례 분석 등을 보면 준비에도 시간이 많이 들 텐데.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나이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스와 신종플루 등을 거치면서 정부 정책에 관여도 해 보고 전무했던 대응 시스템도 만들어 봤다. 시니어가 된 지금은 한발 떨어져 중립적인 위치에서 워치독(watchdog)이 되어 조언을 할 때라고 판단했다. 나는 나름대로 진화해 온 학자인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눈치를 보고 얘기해서야 되겠는가.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편향이 돼 있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들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왜곡됐다고 지적하는 것이라기보단 내가 30년 감염병 현장에 있다보니 중요한 건 전문가는 진리,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유튜브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엔 당국의 대언론 브리핑도 이미 늦다. 그리고 당국은 브리핑보다 방역에 더 비중을 둬야 하고. 나는 임진왜란 전이었다면 일본 동향을 살펴서 심상치 않다면 “쳐들어올 것”이라고 말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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