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잇단 수사지휘권 발동과 감찰 지시로 코너에 몰린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을 만나 “우리는 어쨌든 나라의 녹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인데,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로 격려했다.
윤 총장은 29일 대전 서구 대전고검·지검을 방문해 검찰 구성원들과의 간담회, 만찬을 한 자리에서 이처럼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이날 오후 3시27분께 이곳에 도착한 윤 총장은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30분여 직원 간담회를 하고, 이후 대전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10여명과 오후 10시 무렵까지 만찬을 이어갔다.
대전에는 강남일 대전고검장, 이두봉 대전지검장을 비롯해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 이복현 대전지검 부장검사 등 윤 총장과 근무연 등이 있는 검사들이 포진해있다. 윤 총장은 이날 “니네들 보니까 기분이 좋다”는 말부터 했다고 한다.
또 윤 총장은 “어지럽고 혼란해도 우리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니 열심히 하자,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추 장관이나 현안 관련 언급, 정치적 문제나 대선 관련 발언은 전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 참석자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러 온 게 아니라 정말 격려하러 온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만찬에 앞선 간담회에서는 검찰 구성원들에게 검찰개혁에 앞장서자는 메시지도 던졌다. 윤 총장은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발사해 세계적 충격을 안긴 사건이 교육에도 변화를 줬다면서, 검찰개혁에도 시대적 상황에 따른 여러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선 은퇴를 앞둔 대전고검의 한 사무관이 윤 총장을 응원하는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시간도 있었다. 검찰에서 30여년을 근무한 이 사무관은 편지에서 ‘많은 분을 모셨지만 윤 총장을 응원하고 싶다. 계속 이렇게 소신을 지켜달라’고 했고, 이를 들은 윤 총장은 “눈시울이 좀 붉어졌다”고 한다.
대전고검은 윤 총장이 2016년 1월부터 1년여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장으로 차출됐다가 수사외압을 폭로하며 좌천된 뒤 대구고검에 이어 발령났던 ‘한직’이었다.
윤 총장은 이와 관련해선 “내가 참 어렵고 힘들었을 때 잘 지냈던 검사와 수사관, 실무관들을 봐서 좋다”면서 “대전이 참 좋지 않냐”고도 했다. 이에 대전으로 ‘좌천성 발령’이 난 한 인사는 “쫓겨나서 왔는데 와보니 정말 좋다”고 화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만찬 중 검찰이 윤 총장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사실이 공개됐으나, 만찬자리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서장 관련 의혹 사건은 추 장관이 지난 19일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한 5건의 사건 중 하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