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횡단보도앞 방치… “보행-영업 방해” 민원 쇄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30일 03시 00분


서울 석달새 倍 늘어 3만여대 ‘씽씽’
16개 업체 성업… 일부 관리 소극적
시장 급성장하면서 사고도 급증… 국토부 ‘주차 단속 관리법’ 제정 나서
서울시 과태료 부과-견인 방침… 업계 “경쟁력 떨어질라” 우려

주부 이모 씨(50)는 최근 골목길에서 대학생 2명이 타고 가던 공유 전동킥보드를 피하다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이 씨는 “횡단보도 근처에 놓인 전동킥보드는 통행에 방해되고, 운행 중인 킥보드는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길을 걷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강력한 이용 규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전동킥보드와 관련한 사고와 민원이 급증하면서 전동킥보드 운영사들의 관리 능력과 이용자들의 의식이 급팽창하는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용 및 관리와 관련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등이 규제를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전동킥보드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9일 서울시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공유 전동킥보드는 16개 업체에서 약 3만5850대에 이른다. 3개월 전인 5월(1만6580대)에 비해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용 건수도 늘었다. 서울시가 주요 12개 업체의 이용 건수를 집계한 결과 올해 3∼8월 6개월 동안 1519만 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350만 건이었다.

서울을 누비는 전동킥보드 수가 늘면서 주정차 관련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불법 주차된 킥보드에 대한 불만이 수시로 올라온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화나 민원 앱 등을 통해 킥보드가 보행이나 가게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불만이 커지자 서울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를 운영하는 업체 16곳은 7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주차질서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수와 이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업체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 킥보드 운영사 관계자는 “최근 전동킥보드를 대규모로 뿌려놓은 업체들이 관리 및 수거 인력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이 늘면서 이에 대한 규제 논의도 본격화됐다. 국토교통부는 킥보드 주차 단속 근거를 담은 개인형 이동수단 관리법 제정에 나선 상태다.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는 불법 주정차로 적발된 전동킥보드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를 견인할 방침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올해 12월부터 자전거도로 진입을 허용하고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 없이 대여할 수 있게 되는 등 규제를 완화하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전동킥보드 주차 민원 증가로 향후 특정 구역에만 주차가 허용되는 방식이 도입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전동킥보드를 반납하게 되면 이용에 제약이 생겨 소비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킥보드 운영사 관계자는 “주차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전동킥보드의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자칫 규제 강화 흐름이 총량제 등 수량 규제까지 이어지면 개인형 이동수단을 활용한 신산업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과 사고가 늘자 4개 업체가 4000대만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업체들이 지금보다 관리를 더 해야 하고 올바른 이용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경직된 규제는 시장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유연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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