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김수한 군(7·가명)은 다섯 달 넘게 편의점 소시지와 계란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고 있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새벽에 일을 나가면 종일 혼자 집에서 지내는데 전자레인지로 데워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이런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유치원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하지만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돌봄기관이 문을 닫으면서 끼니 해결이 어려워졌다. 김 군은 “반찬이 많은 따뜻한 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돌봄 사각지대’가 커져 결식아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집계된 전국 결식아동 수는 29만9506명이었다. 2019년 1년간 집계된 결식아동이 33만14명인데, 올해는 8월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의 90%를 넘어선 것이다. 결식아동 수는 2016년 38만5597명, 2017년 36만4079명, 2018년 35만7127명으로 최근 몇 년간 조금씩 감소해왔다. 복지부는 각 시도 교육청의 결식아동 급식서비스나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하는 아동급식카드(저소득층 아동·청소년에게 발급되는 바우처 카드)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을 결식아동으로 집계하고 있다.
서울시 아동급식카드인 ‘꿈나무카드’ 지원 인원도 2018년과 2019년 3~6월 각각 1만2480명, 1만2974명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만4407명으로 늘어났다. 인천시의 경우 매년 1회 한 달간 급식카드 지원 인원을 조사하는데 2019년 7612명에서 2020년 8223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결식아동들의 식사 질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와 지역센터 급식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배달도시락을 먹거나 아동급식카드 사용 한도(한 끼당 5000원 안팎) 내에서 인스턴트식품을 사먹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이모 양(8)은 “평일 혼자 있는 날에는 (아동급식카드로) 편의점에서 라면과 핫바를 사먹는다”고 말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신현재 대리는 “계약·일용직 분들이 실직으로 센터에 지원을 요청한 수가 작년 대비 3배나 늘었다”며 “부모가 일자리를 찾아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녀들은 낮은 영양의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소한의 ‘의식주 돌봄’에서 소외된 아동 수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등교가 일부 확대된 지금 실태조사를 해서 감염병 시대의 보육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청을 해야만 주어지는 복지를 탈피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초등학교 저학년들만이라도 먼저 전화를 걸어 아이들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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