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무혐의’ 처분받은 김기덕…민사소송 왜 졌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2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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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폭로 여배우·MBC 10억 소송 패소
"신체 꼬집었다", "성폭행했다" 등 방송
법원 "불기소가 허위 사실이란 뜻 아냐"
"여배우는 피해 주장…거짓 입증 안됐다"
"미투 공론화 해결, 공공의 이익위한 것"

영화감독 김기덕씨가 자신을 상대로 ‘미투(#MeToo)’ 폭로를 한 여배우와 이 내용을 다룬 방송사를 상대로 제기했던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김씨는 민사 소송에서 일부 승소마저 하지 못한 것이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정은영)는 김씨가 여배우 A씨와 MBC를 상대로 10억원을 요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씨의 청구를 지난달 28일 모두 기각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A씨의 허위 성폭력 주장을 그대로 방송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3월 이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A씨는 자신이 김씨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을 상세히 펼쳤다.

“(2008년 여름께 차 안에서) 제 신체를 확 꼬집는다든가 그러면 이게 저도 모르게 한 번 얼굴을 친 적이 있어요.” (2018년 3월 6일자 PD수첩 중)

“(2013년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성관계죠. (김기덕 감독이) 성관계를 요구했고 셋이 자자고.” (2018년 3월 6일자 PD수첩 중)
또 MBC는 다른 여배우의 인터뷰 또한 방영했다. 이 배우는 “여자들을 겁탈하려고 김기덕 감독님과 조모 배우, 조모 배우 매니저 세명이 하이에나처럼 방문을 두드렸다”, “그래서 결국 절 방으로 불러서 성폭행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법원은 이 같은 진술과 이를 방송한 MBC의 보도가 전부 김씨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앞서 검찰은 A씨가 고소한 김씨에 대한 강제추행치상과 강요, 명예훼손, 모욕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폭행 혐의만 인정돼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김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이유는 검찰의 성범죄 혐의 불기소 처분만으로는 이들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미투’의 공익성 역시 인정됐다.

당시 검찰은 A씨가 김씨를 강제추행죄 등으로 고소한 건을 불기소 처분하기는 했지만 A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이유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았거나 주장이 상반돼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경우 김씨가 A씨 주장이 허위사실임을 입증해야 하지만 김씨는 이에 실패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원고가 위 적시사실(여배우 주장과 이를 다룬 PD수첩 인터뷰)이 허위임을 입증할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않고 있는 이상 입증책임의 원칙에 따라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재판 당시 A씨가 2003년께 ‘함께 기도회를 한다는 게 기적같다’, ‘김씨가 존재해서 행복하다, 영화를 보니 너무 행복하다’는 등 취지의 발언을 한 내용을 허위라는 주장의 근거로 들었으나 법원은 이 내용 만으로는 A씨의 추행 주장이 거짓임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같은 발언과 보도가 ‘미투운동’의 공익성을 위한 것이라는 근거 역시 더해졌다.

재판부는 “해당 보도는 문화예술계에 확산되던 소위 미투운동과 관련된 문제를 공론화해 사회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MBC는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배우들을 인터뷰했고 영화계 관련자들을 통해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보인다”며 “MBC는 김씨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고자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김씨는 이를 거부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당시 MBC의 해명 요청에 “피해자의 진심이 느껴지시면 피해자의 입장을 그냥 전해주세요. 제가 잘못 살아온 부분이 있으니 반성하고 법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책임을 지겠습니다”,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 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습니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PD수첩 제작진과 미투 증언 여배우 2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도 했지만 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3월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에 대해서도 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현재 재판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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