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증언 들은 전문가들 “피해자 고통에 무감정…사이코패스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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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3일 13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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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2020.11.2/뉴스1 © News1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34년 만에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사진은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2020.11.2/뉴스1 © News1
희대의 연쇄살인마 이춘재(57)는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지난 2일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의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선 그는 과거 잔혹했던 범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치 남의 이야기 하듯 아무런 감정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무덤덤함을 넘어 오히려 차분하기까지 했다.

1년여 동안 이춘재 연쇄살인 재수사를 진행한 경찰이 그를 ‘사이코패스’로 결론 내린 이유가 이날 법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34년 만에 법정 선 이춘재…피고인 아닌 증인

이춘재가 자신이 저지른 연쇄살인 사건으로 법정에 선 것은 1986년 9월 첫 살인범행을 기점으로 34년여 만이다.

공효시효가 만료된 탓에 그는 피고인이 아닌 증인 신분으로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춘재는 증인선서 후 변호인 측과 검찰 측 질문에 답하는 4시간여 동안 일절 감정기복이 없었다. 살인 범행을 이야기할 때나 피해자와 유가족이 느꼈을 고통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할 때도 마치 남의 일처럼 반응했다.

사과를 하면서도 “내가 자백을 해서 알려졌다”는 단서를 다는 등 진정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는 등 철저한 자기중심적 사고를 드러냈다.

범행 동기, 과정, 결과 등에 대해 마치 자신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늘어놨다.

자신의 범행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복역 중 봤다고 이야기하면서 “느낌이나 감흥 같은 거 없이 그냥 영화로 봤다”고 진술했고, 동기를 묻는 질문엔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도 명확한 해답을 못찾았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그랬던 것 같다. 즉흥적인 게 많았다”고 했다.

특히 “살인 후에 순간적으로 ‘잘못됐다’고 짧게 생각이 들면서도 뒤돌아서면 끝이다. 범행 다음날 사건현장을 지나가도 어떤 죄의식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범행이 계속됐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놨다.


◇자백 과정 재조명…전문가 “냉담한 사이코패스”


‘살인 12+2·강간 19·미수 15’

이춘재가 자신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이 사건 재수사 경찰에 털어놓을 당시 쓴 ‘메모 자백’이다.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그의 범행을 살인 14건 강간 9건으로 특정했다.

이는 1986년 9월15일~1991년 4월3일 경기 화성과 수원지역, 충북 청주지역 등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경찰이 DNA 분석 등을 통해 입증한 이춘재의 피의사실이다.

경찰은 지난 7월 이 사건 재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이춘재에 대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사람’ ‘죄책감이 없고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도 없는 사람’으로 판단했다.

이춘재에 대한 이같은 심리분석은 개방형 면담과 심리검사, 진술 및 행동특성 분석, 사이코 패스 평가 등 모든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재수사를 총괄한 배용주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수사 초기, 이춘재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범행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자신의 건강과 교도소 생활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냉담함이다. 이춘재는 피해자의 고통 등에 대한 감정이 없다”며 “이춘재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들은 그를 성적 집착이 매우 강한 사람으로 분석했다. 그가 연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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