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다.”(윤석열 검찰총장)
추 장관과 윤 총장은 3일 다시 한번 충돌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10분경 수사지휘권과 인사권, 감찰권 남용을 비판한 300명 가까운 일선 검사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 대한 입장을 공개했다. 윤 총장이 이날 오후 4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들과 만나기 약 1시간 전이었다.
국민청원 동의 30만 명 이상에 대한 답변에서 추 장관은 “권력기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그 어느 기관보다 엄중하게 요구되는바, 특히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의 언행과 행보가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이는 윤 총장이 지난달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퇴임 후 정치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국민에 봉사할 방법을 찾겠다”고 답변하면서 정계 진출을 부인하지 않은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국민청원에 담긴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검사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대다수의 일선 검사들이 묵묵히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장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담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또 “검찰이 직접수사 위주의 수사기관이 아니라 진정한 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나 모든 검사들이 법률가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사들과 소통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 검사들도 개혁의 길에 함께 동참해줄 것을 기대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 30여 명을 상대로 ‘리더십 강화교육’을 하면서 “후배 검사들이 국민의 검찰로서 권력자든 아니든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정하고 평등한 법집행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은 “검찰 제도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화국에서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검찰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것인 만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사회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올해 신년사와 신임검사 신고식 등 공식 석상에서 “검찰이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소신을 강조해왔었다. 하지만 윤 총장이 이날 ‘진짜 검찰 개혁’ ‘살아있는 권력’을 언급한 것을 놓고 검찰 안팎에선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잇따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감찰 지시를 남발하는 추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300명이 넘는 일선 검사들은 “추 장관이 감찰 지시, 수사지휘권 발동 등 자신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비판 의견을 낸 검사를 ‘반 검찰개혁’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동료 검사의 게시글에 “깊이 공감한다”는 댓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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