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균형발전 이끄는 국립대… 인문학-기초과학 융합연구 활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4일 03시 00분


[국립대, 혁신과 상생의 미래를 연다]<1>기초-특화 학문 육성

지난해 열린 부산대의 자연과학 대중강연 ‘알쓸자이’. 800여 명의 시민이 몰리는 등 큰 호응을 받았다. 충남대 지질학과의 
특수실험실습 장면. 학부생들은 이를 통해 연구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쌓아 대학원 진학 의지를 다진다. 제주대 지구해양과학과가 
우도 초·중학생들과 함께 우도 해양환경 정화활동을 했다(위쪽부터). 부산대·충남대·제주대 제공
지난해 열린 부산대의 자연과학 대중강연 ‘알쓸자이’. 800여 명의 시민이 몰리는 등 큰 호응을 받았다. 충남대 지질학과의 특수실험실습 장면. 학부생들은 이를 통해 연구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쌓아 대학원 진학 의지를 다진다. 제주대 지구해양과학과가 우도 초·중학생들과 함께 우도 해양환경 정화활동을 했다(위쪽부터). 부산대·충남대·제주대 제공
나훈아의 ‘테스형(소크라테스)’이 연일 인기몰이다. 하지만 정작 대학 강단의 소크라테스 강의는 크게 위축돼 있다. 인문학의 상징인 철학이 취업과 실용학문의 조류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충청권(대전·충남·충북·세종)의 40여 개 4년제 대학 가운데 ‘철학과’가 있는 곳은 국립대인 충남대와 충북대, 단 두 곳뿐이다.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는 “기초 인문학 축소 추세가 이대로 10년을 더 가면 학문 후속 세대가 단절돼 교양 인문학마저 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문의 균형발전이 국립대의 주요 미션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초·보호 학문 육성’을 중점 과제의 하나로 삼은 이유다. 충남대 철학과의 학술대회와 초청특강 등에도 국립대학 육성사업 예산이 지원된다.

교육부의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한국연구재단이 수행하고 전국 39개 국립대가 참여한다. 국립대학육성사업발전협의회 이영석 회장(충남대 기획처장)은 “국립대가 기초·보호 학문 육성을 위해 융합 연구, 대중강좌 개최, 지역학 지원, 학술자원 공유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며 “이런 활동들은 관련 학문의 진흥은 물론이고 지역사회 기여, 지역네트워크 활성화, 지역혁신 등 다양한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산대(총장 차정인)의 자연과학 강연 ‘알쓸자이(알고 보면 쓸모 있는 자연과학 이야기)’를 아이와 같이 수강한 40대 주부(부산 동래구)는 “엄마로서 감사했다”고 했다. 23차례 강연이 아이들에게 미래 과학자의 꿈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알쓸자이는 바이러스, 줄기세포, 펨토세계, 중력파, 산업수학 등 말랑말랑하지 않은 주제를 시민 눈높이로 녹여냈다. 경청한 시민 800여 명의 만족도는 92.1%였다. 경상대(총장 권순기)는 진해도서관 등 9개 기관과 협약을 맺고 ‘GNU 찾아가는 인문강좌’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북대(총장 홍원화)는 기초과학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구 활성화를 꾀한다. 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된 사회문제해결형 융합연구 7개 가운데 화학과 석사과정 박종민 씨의 기후변화 논문이 최근 완성됐다. 지도교수인 정성화 교수(화학과)는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잡는 고효율 흡착제에 대한 연구”라며 “향후 낙동강 등의 강물 오염 시 불순물 제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대(총장 이진숙)의 ‘사제동행 특수실험실습’은 자연과학 대학원 진학률을 높인다. 전민용 물리학과 교수는 “물리학, 화학, 해양학, 지질학 등 기초과학 분야 3, 4학년생들이 방학 동안 대학원생 및 교수와 같이 인턴 연구 형태로 대학원 과정의 실험실습을 진행하면서 전공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쌓고 진학 의지를 굳힌다”고 전했다. 충북대(총장 김수갑)는 기초·보호 학문 분야 대학원생 260여 명 전원에게 장학금을 제공해 전공자 확보와 연구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강원대(총장 김헌영)는 2018년부터 해마다 ‘강원학 대회’를 열어 지역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강원도 산하 강원연구원, 아시아강원민속학회, 동해안 바다연구회, DMZ HEIP 센터, 김유정기념사업회 등이 참여하면서 ‘대학-지방자치단체-민간단체’ 협업 플랫폼을 형성해 융·복합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전북대(총장 김동원)는 간재학연구소 등을 통해 침체하는 ‘호남학’ 연구의 명맥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전남대(총장 정병석)는 로봇연구소 등 학내 9개 연구소의 장비(145개)를 지역의 외부 연구기관과 기업 등에 개방하고 있다.

제주도는 세계 최초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획득했다. 제주의 가치를 알리고 공유하는 일은 제주대(총장 송석언) 지구해양과학과가 맡았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이 학과 주관의 우도(세계지질공원) 자연보호 및 관리 교육을 받은 초·중학생들은 소감문을 통해 “이제는 우리가 우도를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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