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한 대에 친구와 함께 타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5일 03시 00분


넘어지면 머리-얼굴 가장 많이 다쳐
두통-메스꺼움 계속 땐 병원 찾아야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배성진 교수가 직접 전동킥보드를 타면서 올바른 복장과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배성진 교수가 직접 전동킥보드를 타면서 올바른 복장과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전동킥보드 사고가 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9년 117건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공유 전동킥보드 급증 탓이 크다. 서울의 공유 전동킥보드는 2년 전 150대 수준에서 3만5850대로 늘어났다. 올 12월 10일부터는 만 13세 이상도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몰 수 있어 청소년 안전사고 증가가 우려된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배성진 교수를 통해 전동킥보드 사고로 인한 피해 실태 등을 알아봤다.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지면 어디를 많이 다치나.

“2019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의하면 머리와 얼굴을 다치는 경우가 약 40%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팔이나 손 또는 다리였다. 팔다리 타박상, 손목뼈, 발목뼈 골절도 많고 쇄골 골절이나 얼굴이 찢어지는 열상도 많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응급실에 내원한 오토바이, 자전거 사고 환자 가운데 5%는 두개골이나 두부 손상을 입었다. 아직 전동킥보드 사고와 관련한 통계는 없지만 도로에서 탄다는 점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다른 안전장비도 갖춰야 하겠지만 특히 헬멧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자전거, 오토바이 같은 원동기 사고가 치명적인 이유는 두개골 손상 때문이다.”

―얼굴을 많이 다치는 이유는…?

“전동킥보드는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가 좁고 운전자가 서 있는 공간이 좁아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또 선 채로 타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쏠려 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나면 상체가 앞쪽으로 쏠리면서 운전자의 얼굴부터 바닥에 닿는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머리를 다치는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고로 단단한 바닥이나 차량 등에 머리를 부딪히면 뇌진탕부터 심각한 뇌출혈, 두개골 골절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부 손상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 증상이 계속되거나 보호자가 봤을 때 사고 피해자의 의식이 흐려지면 빠르게 응급실을 찾아 검사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1차적으로는 사고 예방을 철저히 해야 한다.”

―어떤 사고가 많이 나나.

“전동킥보드는 최고 시속 25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가속을 하기는 쉬운데 제동은 어려워 순간적인 조작 미숙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달리는 차량이나 행인과 부딪혀 넘어지는 환자도 많다. 도로 상태나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시야가 가려져서 사고가 나기도 한다.”

―킥보드에 두 명이 타는 경우도 있는데….

“연인이나 친구, 가족끼리 함께 타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위험한 행위다. 두 사람이 같이 타면 균형을 잡기가 더 어렵고 사고로 넘어질 경우 한 사람의 체중이 다른 사람에게 실려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핸들을 두 사람이 함께 잡으면 방향 조절도 어려워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타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안전의식 등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도로 환경이나 주행 여건 등도 위험해 보여 아찔하다 싶은 장면을 자주 본다. 사고 예방을 위해 이용자 각자가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동킥보드 사고#안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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