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수리 자격증을 빌려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술자가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문화재수리 자격을 갖고 있던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6500만원을 받고 문화재수리업체 대표에게 자격증을 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옛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은 자격이 없는 자가 다른 사람의 자격증을 빌려 문화재수리 업무를 하는 것을 제한한다. 검찰은 A씨가 위 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업체 측은 월급과 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A씨를 고용한 것처럼 속인 것으로 의심했다.
1심은 A씨가 자격증을 업체 측에 빌려주지 않은 것으로 봤다.
구체적으로 “업체에서 무자격자가 A씨의 자격증을 이용해 문화재수리 기술자로 업무를 수행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라며 “문화재수리 기술자는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통상적이어서, A씨가 업체 사무실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자격증을 대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실제 근로를 제공할 의사로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선지급받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업체에서 일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A씨가 실제로 고용된 상태였다면 다른 기술자가 바쁠 때 공사 현장에 나가 감독을 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업체는 자격이 없는 다른 이들로 하여금 공사 현장에 나가게 했다”면서 “A씨도 스스로 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월급이 아니라 자격증 보유의 값이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체가 A씨를 위해 건강보험료 등을 납부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A씨 명의의 계좌에 수시로 급여 명목의 돈을 입금시킨 후 바로 출금하는 방법으로 월급을 지급한 것처럼 가장했고, 보험료 납부 역시 고용을 가장하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2심은 “업체 대표는 A씨 등 14명으로부터 문화재수리 자격증을 대여받아 업종 등록을 위해 사용했다는 공소사실 등으로 유죄가 선고돼 그대로 확정됐다”며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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