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마스크 내린채 춤춰… “코로나 이전 돌아간 듯 방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9일 03시 00분


새 ‘거리두기 1단계’ 유흥가 가보니

이태원 클럽 앞 장사진 7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한 라운지바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이 발생한 뒤 오랫동안 한산하던 이태원은 지난달 31일 핼러윈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태원 클럽 앞 장사진 7일 오후 11시 3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한 라운지바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이 발생한 뒤 오랫동안 한산하던 이태원은 지난달 31일 핼러윈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형님, 오늘 예약이 ‘풀(full)’이에요. 입금 먼저 해주셔야 좋은 자리 빼드려요.”

7일 오후 8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한 클럽 앞. 클럽 관계자가 한 남성과 한참동안 흥정 중이었다. 해당 클럽은 지난달 핼러윈 연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업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문을 연 뒤로 고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고 한다. 클럽 관계자는 “6일 밤부터 정말 인산인해였다. 단골들 자리 빼주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핼러윈을 전후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숨죽였던 서울 이태원과 홍익대 주변 등의 클럽들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6일부터 대부분 영업을 재개하며 핼러윈 때보다 더 북적대는 분위기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는 거의 지켜지질 않아 이태원 상인 측에서도 질책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40평 공간에 200명이 마스크 없이 밀접 접촉

8일 오전 1시경 둘러본 한 클럽 내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의 방역 수칙인 ‘4m²당 1명’이란 인원 제한이 무색했다. 사람을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다. 특히 ‘메인 스테이지’라 불리는 DJ 부스 앞은 40평 정도의 좁은 공간에 남녀 200여 명이 빽빽하게 몰려 춤을 췄다. 대부분 마스크를 내렸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도 피웠다. 밀착해 스킨십을 벌이는 풍경도 흔하게 마주쳤다.

클럽들 역시 자신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하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한 클럽 관계자는 “내부 전체 면적이 500평(약 1653m²) 정도라 입장 인원을 400명 안팎으로 조절하고는 있다”면서도 “클럽 특성상 무대에 사람들이 몰려 밀접 접촉하는 건 제지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홍익대 앞이나 강남의 클럽 등도 마찬가지였다. 현행 거리 두기 1단계에서 클럽 등 유흥시설은 영업을 하더라도 △출입명부 작성 △테이블 거리 두기 △적정 인원 관리 등 지켜야 할 수칙이 적지 않다. 대체로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하거나 출입명부 작성은 지켜지는 편이었다. 하지만 입장 때는 마스크를 착용했던 고객들도 업소 내부에선 거의 쓰고 있지 않았다. 대학교 동기들과 클럽을 방문한 이모 씨(21)는 “핼러윈 때는 문을 닫아서 안 왔다. 친한 클럽 MD(영업직원)가 ‘오늘 물이 좋다’고 연락해 놀러왔다”며 “코로나19 감염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또 집단감염 발생하면 이태원은 회생 불능”

클럽들이 문을 열며 이태원이나 홍익대 등에는 다른 업소들도 고객들이 붐비고 있다. 인근 주점이나 일반 음식점 등도 밤늦게까지 영업했다. 이태원에 사는 주민 박모 씨(39)는 “마치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던 시절로 돌아간 분위기”라며 “이러다 다시 5월처럼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이태원은 회생 불능일 텐데, 너무 조심하지 않는 거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30일과 31일 핼러윈을 맞아 공무원 140명을 투입해 ‘특별점검’을 실시했던 서울시는 6일과 7일에도 약 40명을 투입해 권역별 점검을 진행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엄격한 점검이 이뤄지진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핼러윈 특별 점검 때만큼의 행정력을 평소에도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클럽 등 유흥주점들의 자체 방역 관리 등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젊은이들#마스크#코로나19#방심#거리두기 1단계#유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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