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 체크·마스크도 썼는데…은행發 7명 집단감염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9일 17시 37분


선별 진료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2020.11.9/뉴스1 © News1
선별 진료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2020.11.9/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100명 대를 기록했다. 진단검사 실시 횟수가 주중(1만2000건 안팎)의 절반 수준(6000건 안팎)인 주말에도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소규모 집단감염과 확진자 접촉을 통한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면서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6명으로 전날(143명)에 이어 100명 대를 유지했다. 국내 지역감염 환자는 99명이다. 최근 2주간(10월 27일~11월 9일) 국내 지역감염 확진자는 하루 평균 92.9명으로 직전 2주간(70.8명)보다 20명 정도 늘었다.

직장, 다중이용시설 등 전국 각지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9일 낮 12시 기준 전남 순천시의 한 은행 지점과 관련해 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7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동료, 확진자의 가족, 방문객 등 6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5일 은행을 찾은 확진 고객은 발열 체크를 하고 마스크도 쓰고 있었지만 통장 등 서류를 만지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방역당국은 보고 있다. 은행 고객과 확진자의 접촉자 등 8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의 의료기기 판매업체 관련 집단감염 확진자도 6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16명으로 늘었다. 원주에서는 9일 하루에만 1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중에는 고교 교사와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도 포함돼 있다. 방역당국은 이들이 근무하는 학교를 일시 폐쇄하고 교직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다중이용시설, 직장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초구의 한 빌딩과 관련해서는 이날 낮 12시 기준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일 강남구에서 진행한 선제검사 과정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 가족과 가족이 근무하는 빌딩 직원, 이 직원의 가족 등으로 바이러스가 잇달아 전파됐다. 역학조사 결과 감염이 발생한 건물 사무실 안 좌석 간 거리는 1.5~2m 정도로 좁지 않았으나 근무 중 마스크 착용이 미흡하고 적절하게 환기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헬스장 관련 집단감염은 서대문구 음식점으로 번지면서 51명으로 늘었다. 확진자가 다녀간 음식점 방문자를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벌인 결과 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에서 이 음식점은 환기가 잘 안 되고 이용자들이 음식을 섭취하지 않을 때도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서구 보험사 관련 집단감염도 격리 중인 8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4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보험사 직원, 확진자의 가족, 지인, 동료 등으로 전파되면서 누적 확진자는 닷새 만에 34명으로 늘었다.

방역당국은 아직 핼러윈데이나 가을철 단풍놀이와 관련한 집단감염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 잠복기가 지나지 않은 만큼 지역사회 내 발생 및 확산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소규모 유행은 감염원 규명이 어렵고 발생 환자 수 대비 방역조치의 범위도 넓다”며 “환자 발생이 증가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조기검사와 역학조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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