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컵 쓰면서 환경보호 함께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0일 03시 00분


[이제는 Green Action!] <7> 다회용기 활용하자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카페에서 한 학생이 다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건네받고 있다. 일회용 컵처럼 들고 다니며 편하게 마신 뒤 카페에 반납하면 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카페에서 한 학생이 다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건네받고 있다. 일회용 컵처럼 들고 다니며 편하게 마신 뒤 카페에 반납하면 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카페 내에선 사용이 금지됐던 일회용 컵은 2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자 제한이 풀렸다.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하면서 일회용기 사용도 폭증했다.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일회용기를 줄이기 위해 일상 곳곳에서 다회용기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생기고 있다.

스타트업 ‘트래쉬 버스터즈’는 영화나 음악 축제에서 일회용 식기 대신 다회용기를 빌려준 뒤 이를 회수하고 세척해 다시 사용한다. 야외 행사에서 1인당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컵과 접시, 포크 등 최소한 서너 개.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쓰레기로 배출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행사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고 그간 미뤄졌던 행사들이 재개되며 트래쉬 버스터즈가 활동할 기회가 늘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주말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진행된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이 그랬다. 공연을 보러 입장한 관객들은 트래쉬 버스터즈의 부스에서 다회용 컵과 포크, 접시 등을 빌려 음식을 먹었다. 지난달 25일 공연장을 찾은 유혜림 씨는 “용기가 깨끗하고 디자인도 예뻐 컵을 빌렸다”고 말했다.

환경재단은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와 성북구 국민대 내 카페 각 2곳에서 다회용 컵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일회용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빈 컵은 카페에서 수거하는 방식이다. 환경재단 측은 연말까지 컵의 회수 현황을 파악하면서 다회용 컵 사용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 볼 방침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만난 김아라 씨는 “들고 다니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데다 반납도 까다롭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아산공학관 생협 카페에 컵을 반납한 한 대학원생은 “텀블러를 못 챙겨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 죄책감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회용기 사용은 ‘이벤트’ 수준에 그친다. 트래쉬 버스터즈와 환경재단 모두 사람들에게 다회용기를 제공할 때 일일이 취지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회용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다회용기를 쓰고 반납하는 것은 아직 낯설다. 학교나 축제장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다회용기를 우선 선보이는 이유도 단기간에 알릴 수 있고 회수가 쉽기 때문이다. 곽재원 트래쉬 버스터즈 대표는 “사람들이 한두 번 경험해 보고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면 그 다음부터는 쉽다”며 “향후 장례식장과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등에도 도입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회용기 사용이 일상에서 자리 잡으려면 수거·회수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대학 일부 카페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 시작”이라며 “향후 대학 전체, 이후엔 구 단위 등 단계적으로 다회용기 사용 범위를 넓혀 간다면 다회용기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사지원 기자
#다회용기#환경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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