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 실적 부진… 동남권 기계산업 위상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BNK금융 동남권연구센터 보고서
종사자 수 줄고 생산-수출 악화
“로봇-항공우주 분야 투자 늘려야”

국내 기계 산업의 상징인 창원국가산업단지 전경. 경남도 제공
국내 기계 산업의 상징인 창원국가산업단지 전경. 경남도 제공
부산 울산 경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기계 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국 대비 종사자 수 비중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가운데 수도권과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BNK금융그룹 산하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남권 기계 산업 동향 및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울경 지역 기계 산업 종사자 수 전국 대비 비중은 2009년 26.6%에 달했으나 2018년에는 23.5%까지 낮아졌다. 2014년 이후부터는 하락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남의 종사자 수 비중은 2009년 16.6%에서 2018년 14.4%로 하락했다. 경기 다음의 전국 2위 기계 산업 중심지로서의 위상은 유지하고 있으나 경기와의 격차는 같은 기간 16.6%에서 21.7%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부산은 2009년 7.5%에서 2018년 6.4%로 낮아졌고 전국 순위는 4위에서 5위로 하락했다.

반면 국내 기계 산업 중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권은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기계 산업 1위 경제권인 수도권과 2위 경제권인 동남권 간 격차는 2009∼2013년 20%포인트에서 2018년에는 24.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올해는 동남권 기계 산업의 생산 및 수출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월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0.5%, 지난해 3.2% 각각 감소하는 등 3년째 업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수도권(23.0%)과 충청권(11.0%), 호남권(4.9%) 등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전국은 5.9%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출 역시 같은 기간 11.7% 감소한 110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국이 6.9% 감소한 420억70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할 때 하락 폭이 두 배 가까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동남권 기계 산업 부진은 주력 산업인 조선, 자동차 등 중대형 제조 업황 악화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다. 여기에 올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생산수준은 2015년 대비 60, 70% 수준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권 기계 산업 상장기업 중 적자기업 비중은 지난해 38.5%까지 상승했는데 올해는 그 비중이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도 지난해 수준(42.3%)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우량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다행히 내년에는 자동차 수출 반등, 조선 생산 확대 등 전방산업 회복에 따라 기계 산업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또 중국 등 주요국 투자 확대로 건설광산기계, 공작기계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그동안 연기됐던 민간부문 투자가 증가하면서 업황 회복 속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BNK금융경영연구소 동남권연구센터 백충기 연구위원은 “동남권 기계 산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로봇, 의료, 항공우주 등 잠재력 있는 분야에 투자를 늘려 미래 대응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경남#동남권#기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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