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가족감염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가격리자 수에 비해 입소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이들을 위한 시설 확충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경기 고양시 등 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내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 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면 밀접접촉자여도 ‘안심숙소’에 들어갈 수 없다. 즉 확진자가 나온 가족 구성원만 시설에 들어갈 수 있고, 단순 밀접접촉자와 그 가족은 입소할 수 없다.
가족 간 감염 위험도 높은 만큼 자가격리자가 집이 아닌 시설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서울·경기 지역 자가격리자 수는 각각 1만7946명, 7018명이다.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집이나 호텔 등에서 자가격리 중인 사람으로 여기에 확진자의 수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 지역 확진 비율은 전국의 44%에 달한다.
특히 자가격리로 집에 머무르면서 가족 간 감염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환자 1명이 바이러스 전파로 추가 감염자를 얼마나 만들지 보여주는 감염재상산지수는 지난주 전국 기준 1.07이다. 지수가 1보다 크면 추가 감염자가 다른 감염자 1명을 만드는 상황으로 감염자가 급증할 수 있다.
일반인의 경우 아무리 방역수칙을 잘 지키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 접촉이나 감염을 피하기는 어렵다. 가족 중 노인, 청소년,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있다면 위험도는 가속화한다. 확진자수 대비 사망자수 비율인 치명률은 70대 7.02%, 80대 이상 20.3%로 급증한다. 자가격리자 규모를 감안했을 때 자가격리자 관리를 잘 해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논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화를 하면 감염 위험이 2.7배 높아지고 배우자끼리는 7.8배 높아진다”며 “감염 확산세를 막기 위해서는 확진자 관리도 중요하지만 가족 간 감염이 큰 자가격리자 관리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재 자가격리자 관리는 사실상 개인에게 맡겨 놓은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자가격리자에 대한 통계도 전혀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해외입국자는 해외 감염 우려로 자가,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무조건 격리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 내 호텔과 제휴해 해외입국자의 가족을 상대로 ‘안심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은 할인된 가격에 숙소 활용이 가능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유입 확진자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안심하긴 이르다.
국내 발생으로 인한 자가격리자와 가족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을 위한 시설은 지자체마다 상이한데다가 극소수다. 서울은 일부 자치구에 국내 발생 자가격리자나 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안심숙소’를 몇 군데 운영하고 있다.
반면 경기 고양시 등 대부분 지자체는 확진자의 가족에게만 숙소를 제공하며 그 수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고양시 관계자는 “가족 간 감염이 우려돼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자가격리자와 그 가족에 대해서는 안심숙소를 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확진 여부를 떠나 국내 발생 자가격리자가 입소할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비확진자 역시 철저한 격리와 관리를 해 가족 간 접촉, 특히 아이와 노인으로의 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것.
천은미 교수는 “자가격리자는 생활치료센터, 확진자는 병동에 가는 게 맞는데 우리 나라는 경증 환자가 센터, 중증 환자가 병동에 간다”며 “회관, 학교, 연수원 등 설비가 갖춰진 시설을 마련해 자가격리자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자가격리자를 입소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면 고위험군이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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