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니까 배달 일 하지 말라고 가족들이 전부 말렸는데 집안에 보탬이 되겠다며…, 음주운전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아직 한창 젊은데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요.”
11일 새벽 인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20대 청년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온 음주 차량에 부딪혀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참변을 당했다. 요리사를 꿈꿨던 청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당을 폐업한 뒤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야간 배달을 해왔다고 한다.
이날 오후 인천에서 만난 피해자 A 씨(23)의 아버지는 암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한부모 가정 차상위계층’의 힘든 형편이었지만 A 씨는 항상 긍정적이고 착한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요리사를 꿈꿔 관련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허튼짓 한번 안 하고 열심히 일했다”면서 “배달은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계속 말렸는데도 괜찮다고 하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 씨의 고모에 따르면 A 씨가 배달 일에 나서게 된 건 코로나19 탓이었다. 졸업 이후 한번도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어렵사리 돈을 모았던 그는, 지난해 평생의 소원이었던 조그마한 자기 가게를 차렸다. 알뜰살뜰 돌보며 열심히 일했지만 올해 불어 닥친 코로나19 불똥을 피할 길이 없었다. 경영 악화로 빚만 남긴 채 문을 닫았고, 요리사 자리도 구하기 힘들어 결국 배달에 뛰어들었다.
이날 참변은 오전 4시 25분경 인천 서구 원창동의 한 도로에서 벌어졌다. 배달을 마치고 퇴근하던 A 씨를 중앙선을 침범해온 차량이 덮쳤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저지른 B 씨(38)는 직후 150m가량을 역주행하다가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 멈춰 있는 동안 지나가던 시민이 신고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고 한다.
A 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은 건졌으나 부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긴급 수술을 받고 왼쪽 다리와 대장 일부를 절단했다. 병원 관계자는 “다리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로 도착해 절단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부위에 염증도 우려되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추가 검사를 받고 있는 A 씨는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음주운전자 B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B 씨는 “음주운전을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주할 의사도 없었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음주운전 전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B 씨에 대해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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