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회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소망선물상자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남들은 몰라도 꾸준하게 사회구제와 선교 활동에 나서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다. 소망교회 제공
김경진 목사올해 초, 예레미야의 말씀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포로기(期)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셨던 말씀입니다.
“너희는 집을 짓고 거기에 살며 텃밭을 만들고 그 열매를 먹으라 아내를 맞이하여 자녀를 낳으며 너희 아들이 아내를 맞이하며 너희 딸이 남편을 맞아 그들로 자녀를 낳게 하여 너희가 거기에서 번성하고 줄어들지 아니하게 하라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렘29:5∼7)
새해를 여는 말씀치고는 너무 어둡습니다.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사역을 소개해도 시간이 모자랄 때에 포로기에 대한 말씀이라니…. 이 본문은 제가 선택한 본문이었다기보다는 ‘제게 온’ 본문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저는 결국 이 말씀을 올해 두 번째 맞는 주일에 소망교회 성도들과 나눴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빌론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한 것이다. 내가 너희를 포로로 잡혀가게 한 것이다.” 그러니 거기서 집을 짓고 살라고 하십니다. 텃밭을 가꾸어 열매를 먹고, 아내를 맞이하고 자녀를 낳으라고 하십니다. 하루 속히 포로 상태에서 구출되기를 바라지만 말고 때가 이를 때까지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지 말고, 도리어 현실을 직시하고 그 성읍의 평안을 빌라고도 하셨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이 말씀이 제게, 또 저희 공동체에 온 이유를 깨닫습니다. 분명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속히 이 시기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우리 사회가 다시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기대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이 험악한 시절을 직면하는 용기와 오늘을 살아내는 지혜, 그리고 신앙이 아닐까 합니다.
포로기의 영성
바빌론 포로기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지워 버리고 싶은 역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자유가 없어 낙심했고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려 절망했으며 시온의 영광을 보지 못해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만 보내지 않았습니다. 남들 위에 군림할 수도 없고, 더 많이 차지하고자 욕심낼 수 없었으니, 그들은 그 시절을 자신을 성찰하고 정돈하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앞에 선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백성의 죄악과 불의를 폭로하는 말씀을 쉼 없이 쏟아내며 포로기 백성의 회개를 견인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거기서 하나님을 향한 찬양과 경배도 회복했습니다.
그들은 끌려간 땅에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깊이 묵상했습니다. 바빌론의 어떤 신들과도 비견할 수 없는,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예배했고, 이집트 노예로 살던 자신들의 조상을 출애굽 시킨 구원자가 바로 우리 하나님이심을 생각하며 그분의 일하심을 고대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간은 포로들에게 그들의 근본을 다시 생각하고 그들이 누구를 예배해야 하는가를 깨달은 묵직한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간은 우리 자신에게도 사건이 일어나는 특별한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먼저 ‘거룩한 거리 두기’를 제안합니다.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정돈하기 위해서 거룩한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은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가항력적으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이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거룩한 삶, 구별된 삶을 살고 있는지 자문하며, 정작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짓고 있는 죄악, 나도 모르게 참여하는 악한 계략들, 낡고 구태의연한 가치관, 탐욕과 욕망, 타인을 향한 완고함 등 우리가 거리를 두어야 할 것을 꼼꼼하게 하나하나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둘째, 사람들과의 만남의 빈도가 준 대신에 우리는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되는 분 앞으로 더 많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 하나님’입니다. 공동체에서 감사한 소식이 계속 들려옵니다. 올해가 두 달이나 남았는데 벌써 성경을 함께 일독(一讀)한 공동체가 있습니다. 예배당에 나올 수 없었지만 집 안에 기도방을 만든 성도님 소식도 들립니다. 우리 교회 한 부목사님은 금요일 밤에 골방 기도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새벽기도에 참여하는 성도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홀로 서야 하는 시간이라면 이 시간을 빼앗기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을수록 우리는 그분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가를 알게 됩니다. 전염병에 걸려 가쁘게 호흡을 내뱉고 있는 환자들이 보이고,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앓고 있는 이웃도 보입니다.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이들,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배나 더 일하고 있는 이들도 보입니다. 외식 한번 하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도 있고, 서울 한복판에도 고독한 노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이제야 보입니다.
포로들의 희망
바빌론 강변에서 시온의 노래를 부르며 울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결국 희망을 키웠습니다. 하나님께서 포로로 가게 하셨지만 때가 되면 시온으로 돌아가게 하실 거라고 믿었습니다. 거리를 두며 자신을 성찰하고 다시 하나님을 가까이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시야가 열려 다른 이들이 보이고,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구현되는 새 시대를 꿈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월터 브루그만은 이 시대 교회의 임무를 두 가지로 정리합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신실하신 결심에 뿌리를 내리고 희망을 품는 일이고, 둘째는 전염병 중에서도 하나님의 영속적인 헤세드(hessed·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증언하는 일입니다. 포로기에도 교회는 낙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하나님 앞에서 우리를 정돈하며, 선하신 하나님 곁에 서서 소망을 키우는 희망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아파하는 우리 이웃들, 이 피조(被造)세계의 탄식을 더 귀담아 듣고 하나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헤세드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일상과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회고적 공동체가 아니라, 포로로 끌려온 땅에서 희망을 창조하며 이 땅의 평안을 부지런히 비는 카이로스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당분간 우리는 그렇게 지낼 것입니다.
김경진 목사 소망교회
▼ 대구-경북지역 코로나 퇴치 위해 헌금 기부 ▼
소망교회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료기기 지원. 소망교회 제공소망교회는 2월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단계를 격상하자 교회 내 모든 모임을 중단하고 주일 예배를 비롯한 모든 예배를 비대면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가능해진 대면예배는 교회 방역매뉴얼에 따라 방역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이 교회는 출입 시스템을 만들고 모든 등록 교인들에게 교인 출입증을 발급했고, 정부 지침에 맞춰 예배 인원을 조정하고, 예배 시간을 전후로 예배당을 소독하고 매일 정기적으로 건물 방역을 실시한다.
소망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첫 주일 예배가 진행된 3월 1일 헌금 전액을 대구와 경북 지역의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부활절 온라인 예배 헌금도 사회적 약자와 작은 교회를 위해서 전액 사용했으며 이후에도 국내 전역의 작은 교회 및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구 지역 긴급구호사업, 경북도 내 취약 영세상인 후원, 작은 교회의 월세와 임대료 지원(113곳), 온라인 시스템이 미비된 교회에 온라인 장비 지원(426곳), 작은 교회 시설 보수 및 장비 교체(12곳), 긴급지원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 39명 후원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구와 경북 지역에 집중됐던 지원 활동은 지역사회와 전국으로 확대됐다. 지역사회 방역담당기관 위로방문 및 선물 전달, 워킹스루 도서대출, 온라인 교육이 힘든 작은 교회를 위한 가정학습자료 제작 및 발송(대구경북지역 및 해외 한인교회 1804가정), 노숙인과 홀몸노인, 한부모 가정을 돕기 위한 ‘소망선물상자 캠페인’이 이뤄졌다.
최근 교계의 공통 과제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위기를 맞은 해외 선교사들을 위한 지원이다. 이 교회는 여러 어려움에도 세계 34개국 64가정의 선교사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활동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서 귀국한 선교사들에게 자가격리 숙소와 선교하우스를 제공하고 있고, 20개국 선교사 가정 24곳에 특별 후원금을 지급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당한 해외 한인교회 9곳을 후원했고, 미국 서류 미비자 등 해외 거주 한인을 돕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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