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연이은 수사지휘권 발동과 검찰 특수활동비 감찰 지시에 이어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기소 과정까지 직접 점검하겠다고 나서면서 검찰개혁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대검찰청이 직무배제할 것을 요청하자, 기소 과정 문제 여부를 따지는 게 먼저라며 전날(12일) 사실상 거부했다.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을 수사한 정 차장검사는 지난 8월 단행된 인사에서 한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 압수수색 과정 ‘육탄전’ 논란을 빚었는데도 차장검사로 승진해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된다. 윤 총장 측근인 한 검사장이 해당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기소 이전 단계에서 직무배제 조치된 것과는 차이가 있어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추 장관이 정 차장검사 기소 과정 적정성에 대한 진상 확인을 대검 감찰부에 지시하며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 위반이란 지적도 적잖다.
추 장관은 전날 이 지시와 함께 한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이 압수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한다며 “이행(비밀번호 제출)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는 인권 보호를 강조해온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역행한다는 비판마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검사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은 전날 이를 두고 “인권보장을 위해 수십년간 힘들여 쌓아올린 중요한 원칙들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유린해도 되느냐. 그것도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정부에서”라고 꼬집었다.
추 장관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페이스북에 영국 등 해외사례를 소개하며 “헌법의 자기부죄금지 원칙(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과의 조화를 찾으면서도 디지털시대 형사법제를 발전시켜 국민이 안심하고 공정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법무시대를 잘 궁리해나가겠다”고 썼다.
최근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전례없이 1위를 차지한 윤 총장을 향해 추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고 공세를 지속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은 6건의 사건에 대해 두 차례 발동된 장관 수사지휘권을 두고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추 장관을 비롯한 여권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심화할수록 윤 총장 지지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띠고 있다.
이를 두고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윤 총장에게 ‘자숙’을 주문하면서 추 장관을 향해서도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고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