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휴대전화 강제수사 입법 추진에 반발
한동훈, 전날에도 입장…"반헌법적 발상" 비판
추미애, 영국사례 들며 "디지털법 발전시켜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 비협조를 비판하며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 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당사자인 한 검사장이 13일 추 장관을 작심 비판했다. 한 검사장은 법무부의 법안 추진 발표 이후 연일 입장문을 내고 추 장관을 성토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추 장관은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근거없는 모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모든 국민을 위한 이 나라 헌법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헌법상 자기부죄금지, 적법절차, 무죄추정원칙 같은 힘없는 다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오로지 자기편 권력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을 위해 이렇게 마음대로 내다버리는 것에 국민이 동의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별건 수사 목적이 의심되는 두 차례의 무리한 압수수색에도 절차에 따라 응했다”며 “추 장관은 국회에서 제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고 허위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5일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 중 한 검사장과 육박전을 벌인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독직폭행 혐의 기소 과정에 대한 점검을 주문했다.
아울러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숨겨 ‘검·언유착’ 수사가 방해받았다며 “영국 등 입법례를 참조해 법원의 명령 등 일정요건 하에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한 검사장은 전날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입장문을 내고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헌법과 인권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 제정 운운하는 것에 대해 황당하게 생각한다”며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실제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금태섭 전 의원은 SNS를 통해 “그런 법이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며 “인권보장을 위해 수십 년간 힘들여 쌓아 올린 정말 중요한 원칙들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유린해도 되나”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기존 형사법에서 보장하는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 추정 원칙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추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와중에도 SNS에 글을 올려 “디지털 세상에 살면서 디지털을 다루는 법률이론도 발전시켜 나가야 범죄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의자가 압수대상 증거물인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껍데기 전화기로는 더 이상 수사가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고 재차 한 검사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시 협력 의무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하던 차 ‘권리대장전’의 나라, 영국에서는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며 “영국은 암호를 풀지 못할 때 수사기관이 법원에 암호해독명령허가 청구를 한다. 불응하면 국가안전이나 성폭력 사범의 경우에는 5년 이하, 기타 일반사범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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