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피싱, 여성 ‘은밀한 사진’ 열어보다 개인정보 다 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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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4일 0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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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여성’이라고 일반 시민들은 흔히 생각한다. 실제로 각종 통계를 보면 상당수 피해자는 여성이다.

그러나 아닌 경우가 있다. 이른바 ‘몸캠 피싱’ 피해자 가운데 99% 이상이 남성이다. 이들이 ‘몸캠 피싱에 걸려드는 과정’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그렇다고 해도, 형사사법 체계상 이 ‘남성들’이 피해자인 것은 분명하다.

“몸캠 피싱은 피해자의 가장 은밀하고 내밀한 치부를 이용한 범죄다. 수치심을 불러일으켜 피해자의 인생을 파괴할 수 있다.”

김동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1대 사이버테러수사1팀장(43)의 말이다. 김 팀장은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서울지방경찰청에서도 손꼽히는 사이버 범죄 전문가로 불리며, 관련 수사만 7년째 하고 있다.

그는 11일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신체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갖춘 남성이라도 ‘몸캠 피싱’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103명’ 몸캠피싱 조직원들 검거돼

김 팀장이 동료들과 합작해 올해 대대적으로 검거한 조직원들의 ‘몸캠 피싱’에 당한 피해자는 무려 103명. 군 정예요원으로 복무했던 한 유튜버도 이번 사건과 관계는 없으나 최근 몸캠 피싱 피해자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피해자 직업군을 보면 회사원 22.6%, 대학생 12.8%, 중·고등학생 9.5%, 무직 13.6% 순으로 나타난다. ‘전문직’도 다수 포함됐고 드물게 여성 피해자도 발생하지만 주요 표적은 ‘남성’이다. 남성 피해자 비율이 약 99%에 달한다. 피해자 연령은 12세부터 75세까지 다양하다.”

몸캠 피싱 수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범죄자들은 먼저 카카오톡·랜선채팅 등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자신을 여성이라고 속인다. 본인의 은밀한 사진이라며 ‘파일’을 보낸다. 또는 피해자를 안심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녹음·녹화 방지 애플리케이션(앱)’이라고 속여 피해자에게 전송한다.

파일이든 앱이든 받는 순간 악성코드가 휴대전화에 심어진다. 이를 통해 피해자 휴대전화의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동시에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 메시지에 넘어간 상대가 신체 주요 부위들이 노출된 영상 사진을 촬영하면 이를 넘겨 받은 뒤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

“악성 코드가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설치되는 순간, 주소록을 포함한 개인 정보들이 빠져나간다고 보면 된다. 범죄자들이 설치한 서버로 해당 정보가 전송된다는 것이다. 이후 ‘몸캠’(신체 노출 사진·동영상)을 ‘가족에게 알린다’는 식으로 피해자를 협박한다.”

◇피해자들은 왜 속는 것일까

어쩌면 뻔히 보이는 수법인데, 피해자들은 왜 속는 것일까.

김 팀장은 “‘디지털 익명성’을 지나치게 맹신하기 때문”이라며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이런 식으로 풀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도 피해 발생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지난 1~10월 서울에서 발생한 몸캠 피싱 건수는 28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86건보다 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몸캠 피싱 검거인원은 57명으로 1년 전보다 35.7% 증가했다.

다만 검거율은 18%로 1년 사이 4%포인트(p) 내려갔다. 검거 성과는 내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수사관들은 “몸캠 피싱 수사는 쉽지 않다”고 혀를 내두른다.

“보통 주범들은 중국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 지휘부인 ‘총책’(총 책임자)을 두고 점 조직 형태로 범죄단을 운영한다. 말단 조직원인 ‘인출책’은 계속 검거하고 있는데 총책 검거는 어려운 숙제다. 조직원 간 서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윗선까지 수사하기 쉽지 않다.”

서울경찰청은 중국에 총책을 두고 일반인 등 103명을 대상으로 몸캠 피싱을 저지른 국제조직원 23명을 올해 검거했다. 구속된 피의자 12명 가운데 국내 ‘총책’인 박모씨(36)와 이모씨(38)도 포함됐다. 박씨 일당은 영화배우 하정우씨와 주진모씨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협박한 일당과 같은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연예인을 겨냥한 ‘단순 공갈·협박단’이 아니라 일반인을 표적 삼아 범죄를 저지를 만큼 조직화된 ‘대규모 조직’이었던 셈이다.

“피해자가 요구대로 돈을 준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범죄자들은 지속적으로 협박한다. 몸캠 피싱을 한번 당하고 나면 피해 영상을 곧바로 지울 방법도 없다. 몸캠 피싱임을 인지하는 순간 범죄자의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김 팀장은 마지막으로 몸캠 피싱의 심각성을 알리는 예방 홍보 활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여성을 겨냥한 범죄는 사회적 공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 그래서 홍보 캠페인도 하기 쉽다. 그러나 몸캠 피싱 피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피해 원인이 본인의 성욕을 해소하려는 것이라 드러내놓고 밝히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회적 공감도 못 얻는다.”

김 팀장은 “그런 만큼 범죄 발생 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고등학교는 물론 시민 사회에서도 ‘몸캠 피싱’ 심각성을 알리는 예방 홍보 및 교육 활동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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