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울부짖는다’ 코로나 장기화로 ‘심각 상황’ 상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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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4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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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기존 자살, 자해, 우울, 분노조절 장애 등 청소년들을 괴롭히던 상담 건수는 비약적으로 늘었고, 여기에 20대 초반 갈 곳을 잃은 이들과 장애 청소년들의 복지 수준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인다.

그들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가출팸, #성매매, #용돈, #ㅈㄱㅁㄴ(조건만남), #수치풀, #멜돔, #일탈계, #자살계 등의 키워드를 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4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3~9월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의 자살·자해 상담은 총 546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3222건)보다 69.7% 늘었고, 우울·불안·충동·분노 조절 문제 상담은 전년 같은 기간(2만5410건)보다 85.7% 늘어난 4만7176건에 달한다.

코로나19 여파가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와 학년-학교별 수업으로 이어지면서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소년들은 코로나19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게 됐고, 일탈 역시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중심으로 느는 추세다.

여기에 온라인상 성매매, 범죄 위험에 노출된 위기 청소년들을 찾아가 구호 활동을 벌이는 ‘사이버 아웃리치’(Cyber Outreach)들은 20대 초반, 장애인 학생들도 가출 등으로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청소년은 통상적인 개념(만 13~19세)이 아닌 만 9세 이상 24세 이하로 규정된다.

실제 사이버 아웃리치 상담원 이모씨(29)는 약 3개월간 아웃리치 활동을 하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20대 초반 가출 청소년 A씨를 꼽았다.

A씨는 아버지 폭력으로 집을 나온 상태에서 친구들과 하루하루를 보냈다. 먹을 것도 지낼 곳도 없었다.

친구 집을 전전하던 A씨는 SNS에 “갈 곳이 없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본 이씨가 SNS를 통해 연락했지만 ‘쉼터는 들어가기 싫다’, ‘집에 연락이 가는 것 아니냐’는 등 이유로 연락을 피했다.

하지만 위기에 빠진 A씨를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이씨는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냈나’, ‘오늘 밤에는 어디서 잘 건가’ 등 꾸준하게 연락을 했고 A씨도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다.

A씨는 청소년 쉼터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청소년 가출에 대해서 사이버 아웃리치의 활동에 댓글을 남기며 자신과 같은 청소년을 다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 이씨는 ‘위기 상황’에 빠진 장애 청소년들 역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청각 장애를 겪고 있던 가출 청소년 B씨는 소리를 듣지 못해 전화에 어려움이 있었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위기에 처했다.

B씨는 와이파이로 신호를 잡아 간신히 페이스북 ‘사이버 아웃리치’ 홍보글을 통해 이씨에게 연락했다. 이씨는 상담을 진행했고 다행히 A씨를 쉼터로 연계했다.

그는 “생각보다 SNS상에서 청소년들의 활동이 많고 위험도 역시 그에 못지않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 주범 조주빈(25·구속) 사건이 재판 과정에 있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버젓이 #ㅈㄱㅁㄴ(조건만남), #관전 알바(성적으로 수치스러운 행동을 시키는 대가로 돈을 주는) 등의 키워드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아웃리치 활동도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위기 청소년들을 돌봐줄 어른들과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주위 친구들에게 상담 사실이 알려질까 청소년들 역시 오프라인 상담을 꺼리는 상황이다.

정진영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사이버 아웃리치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전국 청소년들을 다 돌보기에 현재 사이버 상담원 57명으로도 벅찬 면이 있다”며 “이미 채팅 상담 대기자 수가 높은 편으로 10명이 원하면 4~5명 정도만 상담을 받고 나머지 친구들은 기다려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초창기 사업이다 보니 SNS 플랫폼에서 우리를 상업적인 단체로 오인해 메시지를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경우 외국계 회사여서 공문을 보내도 회신이 오지 않는 등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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