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근들이 그의 성추행 의혹을 묵인·방조했다는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필요성이 인정되면 압수수색 영장 재신청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16일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진행된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박 전 시장 수사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송 차장은 먼저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포렌식 작업을 한 상황에서 경찰도 수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말에 “검찰 수사와 경찰 수사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송 차장은 “검찰은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이 유출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고 우리는 변사 사건과 묵인·방조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 변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현재 사망 경위 파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른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혔던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작업이 유족 측의 반대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지난 7월 법원은 일단 이를 받아들였다. 유족 측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법관의 재판·검사의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도 제기한 상태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묵인·방조 사건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서울시청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 7월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측근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으나 압수수색 없이 수사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송 차장은 “수사 대상자 20여명을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상황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하려면 법원이 1차 기각을 결정하게 된 요인에 대해 보강한 후 압수수색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성이 인정되면 전향적으로 압수수색 재신청을 검토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송 차장은 사이버 사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관할 경찰서의 병합 수사 허용 범죄를 메신저 피싱과 몸캠 피싱 등으로 확대하게 된 배경도 이날 설명했다.
경찰청은 앞서 몸캠 피싱 같은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사기가 등장한 점을 고려해 메신저 피싱과 몸캠 피싱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사이버 범죄 수사를 병합해 수사할 수 있게 관련 지침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송 차장은 “현장 어려움이 있고 이중수사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침 개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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