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쪽 도로, 공원 조성
양방향 12차로, 7∼9개로 축소
서울시 “791억 들여 2023년 완공”
시민단체 “각계의견 반영 없이 시장 공석인데도 밀어붙여”
서울시가 2016년부터 추진해왔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16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광화문광장이 재정비 공사에 들어가는 건 11년 만으로 2023년 완공 예정이다. 9개 시민단체 및 시민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 졸속 공사를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겠다”며 “주한 미국대사관이 있는 광장의 동쪽 차로를 넓히고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서쪽 도로는 나무와 쉼터가 있는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가 공개한 광화문광장 일대 변경 공사에는 2023년까지 791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구조화 공사의 가장 큰 변화는 현재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광장 사이에 있는 도로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시는 이곳에 키가 큰 나무 37종 317그루와 키 작은 나무 30종 6700그루를 심는다. 나머지 빈 공간에는 잔디를 심고, 폭 1.5m의 자전거도로도 550m를 조성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광장을 둘러싼 양방향 12차로가 7∼9개로 줄어들게 된다. 시 관계자는 “내년 5월부터 10월까지는 서쪽 도로의 해당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쪽 도로 공사는 내년 2월까지 진행된다.
추진 과정에서 이동이 거론돼 논란이 됐던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은 현 위치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문화재청과 함께 추진하는 월대 등 복원 사업은 내년 상반기에 착수한다.
서울시는 공사 기간 동안 벌어질 교통 정체에 대해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함께 ‘광화문광장 교통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정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를 위한 공간은 차로 1개만 점유하고 우회도로를 확보해 시내버스 노선 조정 등을 통해 세종대로 교통량을 최대한 분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서 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밝히자 시민단체 등은 같은 날 시청 앞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9개 시민단체가 포함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차기 시장 선거를 5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무리하게 졸속 공사를 추진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체제에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도 하지 않은 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의 김은희 센터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2016년부터 시민 소통을 진행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소통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7월 세상을 떠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주력 사업이었다. 지난해 1월 세종대로 축소 및 정부서울청사 일부 철거 등이 담긴 설계안을 발표했다가 행정안전부는 물론 시민단체와 주민 등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해 9월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걸쳐 사업 시기와 방향을 다시 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 시장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시장 궐위 상황이라 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난 4년간 300회 넘게 시민과 소통하고 논의했던 결과를 바탕으로 그동안의 노력과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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