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성년 때 상속받은 빚 성인된 뒤 포기 안돼”…판례 유지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19일 15시 42분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19/뉴스1 © News1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19/뉴스1 © News1
미성년자 때 법정대리인을 통해 상속받은 빚은 성인이 된 뒤 포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9일 김모씨가 양모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6살이던 1993년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어머니, 누나와 함께 1210만원의 약속어음금 채무를 공동상속 받았다.

채권자 양씨는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1993년과 2003년 소송을 제기해 집행권원을 받았고, 당시 김씨의 어머니가 미성년자인 김씨를 법정대리했다.

양씨는 김씨가 성인이 된 후 2013년 시효연장을 위해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공시송달로 승소판결을 받았다.

2017년 8월 양씨가 김씨의 은행예금에 대해 채권압류·추심명령을 받자, 김씨는 곧바로 특별한정승인신고를 하고 양씨가 승소한 판결에 대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제1019조 제3항은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특별한정승인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1, 2심은 이같은 요건을 ‘상속인 본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고 판단해 김씨의 특별한정승인신고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상속된 적극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양씨의 강제집행을 불허하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양씨는 불복해 상고했고,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특별한정승인과 관련해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법정대리인과 본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안 날’을 판단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다.

대법원은 이날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대리행위는 본인이 행위한 것과 같이 직접 본인에 대해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는데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다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해 기존의 법률관계를 번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대리의 기본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척기간은 법률이 정한 권리 행사기간으로 제척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며 “상속인이 당초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었던 제척기간이 지난 다음 성년에 이르면 다시 새로운 제척기간을 부여받아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한 제척기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법정대리인이 착오나 무지로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미성년 상속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하여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렇지만 현행 민법상 미성년 상속인의 특별한정승인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법원이 미성년자를 후견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중시해 이러한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하면, 현행 민법에서 정하지 않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따르면,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채무초과 사실을 알고 특별한정승인을 하려고 해도 이미 제척기간이 지나 상속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며 “이는 상속인의 자기결정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정승인 제도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민 대법관 등은 “법정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고 제척기간을 지난 데 대해 상속인 본인에게 어떤 잘못도 없다”며 “ 따라서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민법조항에 따라 상속인이 성인이 되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다수의견도 채무를 상속한 미성년 상속인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공감하면서도, 성년이 되어 다시 특별한정승인을 하는 것은 해석론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대법관들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입법례를 제시하며 향후 미성년자 등 제한능력자인 상속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적 개선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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