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감찰 무산’ 추미애 계획대로?…찍어내기 명분쌓기 분석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19일 17시 05분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 계획을 일단 취소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의 대검 방문조사는 없다“고 알려왔다. 당초 법무부 감찰관실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을 방문해 윤 총장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2020.11.19/뉴스1 © News1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조사 계획을 일단 취소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의 대검 방문조사는 없다“고 알려왔다. 당초 법무부 감찰관실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을 방문해 윤 총장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2020.11.19/뉴스1 © News1
법무부가 1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일단 하지 않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는 이날 기자들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의 대검 방문 조사가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감찰관실에서 윤 총장 감찰을 위한 진상확인 차 대검을 방문해 조사하려했으나 대검에서 협조하지 않아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감찰관실은 지난 16일 윤 총장 대면조사 일정을 협의하려했으나 불발됐다. 다음 날인 17일 방문조사 날짜를 ‘19일’이라 통보하기 위해 평검사 2명을 보내 방문조사 예정서를 대검에 접수하려했지만 대검에서 다시 돌려보냈다.

그리고 18일 다시 방문조사 예정서를 내부 우편을 통해 송부했으나 대검 직원이 직접 들고와 반송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에도 검찰총장 비서실을 통해 방문조사 여부를 타진했으나 사실상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법무부 설명을 종합하면 감찰관실은 지난 16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최소 네 차례에 걸쳐 윤 총장에 대한 대면조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조사 중단 이후 법무부가 대검의 대면조사 거부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것도 대면조사가 정당한 감찰 과정이며, 결국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검 측은 법무부 감찰규정에도 감찰조사를 개시하기 위해선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나와있는 만큼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오후에도 대검은 법무부에 ‘감찰 조사에 동의할 수 없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궁금한 것을 서면으로 보내주면 설명을 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감찰관실은 진상 확인을 위해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법무부가 “수사나 비위 감찰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으므로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 밝힌 것 역시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때문에 법무부가 윤 총장의 뜻을 반영해 대면조사가 아닌 서면조사로 전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및 대면조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비판적 여론을 감안해 우선 ‘명분쌓기’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내외부에선 사상 초유의 ‘총장 감찰’에 나선 감찰관실이 관련 자료 요구나 일정에 대한 사전 조율 없이 무턱대고 평검사들을 보낸 점 등을 볼 때 의도적인 ‘총장 모욕주기’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대검 기획조정부 연구관들이 뜻을 모아 법무부 조사에 협조하기 힘들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려 했으나 이정현 기획조정부장이 결재를 거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부장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재직하며 ‘채널A 사건’을 지휘한 바 있어 ‘추미애 라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 부장은 이날 오후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채널A 사건에 관여한 이유로 결재라인에서 빠졌기 때문에 법무부 감찰관실 관련 진행단계를 전혀 모르고 있다”며 “대검 연구관들의 공문에 대하여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결재가 상신되거나 거부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감찰관실은 감찰 사안이 무엇인지, 조사하는 검사가 누구인지는 알리지 않으면서도 대면 조사를 위해 사무실과 집기를 준비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편으론 윤 총장이 거부 의사를 밝힌 ‘대면조사’를 강행함으로써 정당한 감찰 요구에 불응했다는 ‘명분’을 쌓아, 윤 총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직무집행을 정지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검찰 출신 A변호사는 “감찰관실에서 공개적으로 대면조사를 요구하고 계속 대검과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충분히 명분을 축적한 다음에 ‘정당한 감찰에 불응했다’면서 검찰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할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부 감찰규정은 감찰대상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자료제출, 출석과 진술서 제출 등에 협조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감찰사안으로 처리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검찰 징계법에 따르면 별도 감찰 사안으로 감찰한 뒤에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징계 혐의자에 직무 집행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윤 총장이 징계위에 회부돼 직무 집행이 정지된다면, 여당이 대통령에 해임을 건의하거나 불신임 수순을 밟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이미 윤 총장은 본인과 가족들 관련 수사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감찰 및 수사는 ‘윤 총장 해임’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무집행 정지 등의 ‘초강수’를 두게되면 대검 역시 장관의 직권남용죄를 문제 삼아 가처분 신청 등 쟁송절차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관측이 현실로 이뤄질 경우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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