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면담 불응” vs 대검 “일방 취소, 尹징계 명분쌓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9일 21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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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면조사 불발’ 또 충돌

“대검에서 사실상 불응해 방문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법무부 공식 입장문)

“법무부가 조사 일정을 일방 통보하더니 ‘노쇼(No Show)’ 했다.”(검찰 고위 관계자)

법무부가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방문조사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법무부는 대검 측에 3차례 조사 일정을 알렸지만 대검 측이 거부해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대검은 전날 법무부에 “감찰을 개시하려면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를 소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아무 응답 없이 방문조사를 취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대검, 방문조사 취소 사실 언론 보고 알아
법무부는 오후 2시 40분경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날로 예정돼 있던 윤 총장에 대한 방문 감찰 조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대검에 “19일 오후 2시에 윤 총장을 대면 감찰 조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통보했다. 예정 시각을 40분 넘겨 조사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윤 총장과 대검 간부들도 법무부의 연락을 받지 못해 언론 보도를 본 뒤에야 방문 조사 취소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법무부는 윤 총장과 대검이 감찰 조사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법무부는 “16일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 확인을 위한 대면 조사가 불가피해 일정을 협의하고자 했지만 불발됐고, 17일 방문조사 예정서를 대검에 접수하고자 했지만 대검에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또 “18일에 내부 우편으로 대검에 방문조사 예정서를 보냈지만 대검 직원이 직접 들고 와 반송했고, 19일 오전에는 검찰총장 비서실을 통해 조사 여부를 타진했지만 사실상 불응해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는 19일 오전 검찰총장 부속실 비서관에게 연락해 “오늘 방문 조사 관련 입장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부속실 비서관을 통한 비공식 질의에 답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검은 18일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감찰을 개시하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감찰규정에 따르면 법무부 및 검찰청 소속 공무원이 형사처벌이나 징계 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조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대상자(윤 총장)의 비위사실을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공무상 기밀누설이고 대상자 개인 비위 감찰에 대검 공문으로 근거를 대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검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감찰 불응 모양새 만들어 징계 명분 쌓기”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윤 총장을 대면 조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징계할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 총장이 방문조사에 불응했다고 규정하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으므로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후 절차에 대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법무부가 윤 총장의 감찰 불응을 문제 삼아 징계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징계 절차가 시작되면 윤 총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한 부장검사는 “법무부가 황당한 방식으로 조사 일정을 통보한 뒤 이에 답하지 않는 총장에게 ‘감찰 거부’ 프레임을 씌워 징계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며 “총장을 감찰할 명분과 이유가 없으니 ‘조사 불응’을 트집 잡아 감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법무부 내부서도 윤 총장 감찰 두고 내홍
법무부 안팎에선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업무를 맡은 박은정 감찰담당관(47·연수원 29기)이 상급자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52·연수원 26기)과 윤 총장에 대면 조사 요구 등을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담당관은 류 감찰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대검에 윤 총장 조사 일정을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 감찰관은 대면조사 요구와 관련해 조남관 대검 차장의 항의 전화를 받은 뒤에야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박 담당관을 불러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주도하고 있는 박 담당관은 ‘추미애 사단’으로 불리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의 부인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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