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일까지 엿새째 200명을 웃돌았다. 사흘 연속 300명을 넘었고,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18일까지만 해도 3차 유행은 아니라고 봤던 정부가 이틀 만에 판단을 바꾼 이유다. 무엇보다 이번 유행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우려가 크다. 1, 2차 유행과 다른 확산 양상 탓이다.
●전국 동시다발…“질 안 좋은 유행”
강원도에서는 최근 2주(7~20일)동안에만 18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지난달까지 286일 동안 도내 발생 환자 수는 290명이었다. 인구밀도가 낮고 산간지역이 많아 상대적으로 환자 발생이 적었던 것. 하지만 최근 하루 13명꼴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20일에도 인구가 4만여 명에 불과한 철원군과 횡성군에서 각각 3명과 1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도내 곳곳에서 추가 발생 소식이 이어졌다.
1, 2차 유행은 특정 집단과 지역에 집중됐다. 1차 유행은 대구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집단감염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다. 2월 28일 하루 동안 909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 중 대구경북 지역 환자가 816명(89.8%)이었다. 2차 유행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 중심이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집단감염에서 뻗어나간 ‘n차 감염’이 확진자의 대부분을 구성했다.
하지만 최근 유행의 형태는 조금 다르다. 특정 지역, 집단에 집중된 대규모 감염이 없다. 대신 전 지역에서 고르게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한동안 발생이 적었던 시도나 농·어촌, 산간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환자가 잇따른다. 10개월간 누적환자가 100명대에 불과했던 전북 지역에서도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한때 전체 지역사회 환자의 10~20% 수준에 머물던 비수도권 지역 발생 비율은 30%대까지 올랐다.
이번 주 초 1.1에 불과했던 일일 감염재생산지수(한 명이 몇 명에게 감염시키는지 나타낸 지수)는 나흘 만에 1.5로 뛰어올랐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유행양상은) 아주 질이 안 좋다”며 “공통점이 있으면 관리가 가능한데 지금은 너무 다양해 통제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 신규 환자의 60%가 40대 이하
과거 유행은 중장년층과 노년층 중심이었다. 종교·요양시설, 방문판매업체 등이 무대가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이 환자의 주류를 이루면서 일상 곳곳으로 무대가 확대되고 있다. 20일 정세균 국무총리도 대국민 담화에서 “최근 일주일간 40대 이하 확진자 비율이 52.2%로 나타났다”며 “무증상 감염이 많은 젊은 층의 특성상 확산의 범위와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서도 40대 이하 확진자가 전체의 60.3%에 이르렀다. 특히 20대가 17.6%로 가장 많았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도 83.9명으로 전 연령대 통틀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동반경이 넓은 젊은 환자가 많아지면서 지역을 넘나드는 ‘n차 감염’의 가능성도 늘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서울을 다녀온 서귀포시 한 국제학교 학생 한 명이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이 학생은 5~15일 서울에 다녀왔다. 도는 학생과 교사, 배식 및 청소인력 등 220여 명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해당 학교에는 2주간 원격수업을 권고했다. 부산에서도 서울에서 여행을 온 일가족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16일 고속열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렌트카로 여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일상 파고든 감염…경로도 불명
가족 모임, 친목활동 등 일상생활 속 소규모 집단감염이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런 친밀한 집단 간에는 방역수칙을 지키기 어렵다. 첫 환자의 감염경로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충남 아산시 선문대 학생 야유회 관련 집단감염 확진자는 20일까지 14명으로 늘었다. 13~14일 1박2일 동안 대천해수욕장으로 야유회를 다녀온 7명이 처음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이들과 접촉한 기숙사 생 등이 추가 확진됐다. 아산시와 선문대는 대학 안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기숙사 입주 학생 등 관련자 2136명을 전수검사하고 있다. 집단감염의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달 8~14일 일주일간 신규 발생한 집단감염은 6개 시도 14건. 이들 모두 지표환자의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집단감염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전국적으로 ‘은밀하고 조용한 전파’가 이미 퍼져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늘 신규 확진자 363명이 열흘여 잠복기를 지나 확인된 환자들임을 감안하면 이미 오늘 발생한 확진자는 500명, 700명 이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