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소' 였던 참가자 간 교류 줄어 우울·고립감 호소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 잃었다"…생계도 노심초사
위탁기관 "방역 준수, 근무시간 보장에 다각적 노력"
코로나19 여파로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근무 일수가 줄면서 참가 노인들의 정신 건강 유지와 생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 한해 잦은 사업 중단에 이어 최근 또다시 재유행이 발생, 재개 전망마저 밝지 않아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해당 사업은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환경 미화·길거리 캠페인·단순 전산 작업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노인이 사회 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 건강한 노후 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김모(80·여)씨는 15년 전 남편을 여읜 뒤 우울감과 무기력함에 시달렸지만, 올해 1월부터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가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김씨는 환경 미화 활동을 통해 같은 또래와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의 병을 점차 치유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재활 운동 효과도 나타나 만성 질환이었던 무릎·허리 통증도 호전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9월부터는 일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며 또다시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김씨는 “일을 나가지 못해 집에서 TV만 보고 있다. 경로당조차 가지 못해 일상이 무료하고 고립감까지 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달에도 일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들었다.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져 다시 일터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 미화 사업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뿌듯함과 긍지를 느꼈다는 김모(83)씨도 아쉬움이 컸다.
김씨는 “비록 천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소한 일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보람 있었다. 그렇기에 일을 못하게 되면 매우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생계 걱정도 컸다.
노인 일자리를 통해 한 달에 27만 원을 벌어 생활비로 쓰고 있는 안모(77·여)씨는 다음달부터 일손을 놓을 처지에 놓여 걱정이 가득하다.
안씨는 “노인일자리가 그나마 남편과 함께 사는 조촐한 살림에 여유를 줬다. 최근 지역감염이 크게 늘면서 다음달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 같다”며 “눈 앞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노인일자리 사업 위탁기관은 고령자인 사업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근무 일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참가자들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감염병 예방’이 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 기관들은 참가자들의 생계 등을 고려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 근무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한 위탁기관 관계자는 2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방역 조치 때문에) 월 단위 근무 일수를 미처 채우지 못한 참가자에게는 이월 방식을 통해 추가로 근로 시간을 인정하고 있다”며 “감염 추이에 따라 하루 근무 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는 등 탄력적인 운용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방역 지침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 제도 취지에 맞게 참가자들이 최대한 일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여다.
한편, 광주 지역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노인은 2만7584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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