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 중간분석 결과, 90%의 면역 효과를 보였다.
특히 해당 백신은 보관 및 유통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초저온 유통 시설을 갖추기 힘든 개발 도상국에도 배포가 용이하며 고령자 등 코로나19 감염 시 위험 계층에도 충분한 면역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90% 예방효과 공개
아스트라제네카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AZD1222(또는 ChAdOx1nCoV-19)의 임상시험 분석결과 90%의 면역 효과를 확인했다며 주요 효능평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두 가지 투여방법을 조합해 분석한 결과 AZD1222가 2개의 임상시험에서 각각 90%와 62%의 예방 효과를 보여 평균 70%의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90%의 예방 효과를 나타낸 임상시험은 피험자 2741명을 대상으로 첫번째 투약때는 0.5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를 투약 한 뒤 한 달 후에 1도스를 접종했다. 또한 참가자 8895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모두 1도스를 접종한 임상에서는 예방 효과가 62%로 나타났다.
두 임상시험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며 심각한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규제당국과 조건부 승인 또는 조기 승인 신청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소득 국가에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배포할 수 있도록 세계 보건기구(WHO)에도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시험의 중간결과 분석 내용은 동료심사 과정을 거쳐 곧 정식으로 관련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유통·가격 경쟁력 갖춰…개도국 보급에 용이
이번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가 의미있는 이유는 개도국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선 AZD1222는 일반적인 냉장 환경인 섭씨 2∼8도에서 최소 6개월간 보관이 가능하다.
앞서 임상시험에서 95%의 예방 효과를 보인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BNT162b2’의 경우 섭씨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초저온 냉동 유통 인프라를 따로 구축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화이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말 형태의 백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BNT162b2와 유사한 방식의 mRNA기반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을 개발한 미국 모더나 또한 최근 임상시험 결과 94.5%에 달하는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mRNA-1273은 영하 70도까지는 아니지만 영하 20도의 냉동 상태에서 보관해야 한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는 보관 및 유통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초저온 유통 시설을 갖추기 힘든 개발 도상국에도 배포가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는 보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공급할 계획이다. 실제로 AZD1222의 1회 접종 가격은 약 4달러(약 4448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와 관련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이 매우 뛰어나다”며 “백신에 광범위하고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승인시 수익과 상관없이 전 세계에 수 억도스를 저렴하게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오는 2021년 최대 30억도스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미 전 세계 12개 이상의 기관 및 국가들과 AZD1222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백신이 승인받는 즉시 배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미 인도와 호주에서는 백신 생산을 시작했다.
◇AZD1222, SK 생산시작, 식약처 10월 말부터 사전검토 들어가
한편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의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AZD1222의 생산을 담당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올해 중반부터 생산에 필요한 준비 및 기술이전을 받아 생산을 시작했다. 다만 아직 국내 공급을 위한 정확한 생산 및 공급량은 방역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현재 AZD1222의 국내 공급을 통해 공중 보건 증진에 기여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논의를 진행중”이라며 “지난 10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전검토가 이미 시작됐고, 빠른 허가를 위하여 식약처와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한 3자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T세포 면역 활성화…장기 면역력 유지 기대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는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에서도 충분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AZD1222는 모든 연령대에서 유사한 수준으로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였고, 젊은 성인 참여자보다 56세 이상의 고령 참여자에서 더 우수한 내약성이 확인됐다.
또한 해당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들에서 첫 번째 AZD1222 투여 후 14일 이내에 체내에서 T세포 반응이 나타났으며 두 번째 투여 28일 이내에 AZD1222가 항체 반응을 유도한 것이 확인됐다.
T세포는 면역세포의 일종으로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거나 감염된 세포를 파괴한다. 항체와 달리 T세포는 바이러스 감염 후 항체가 사라진 후에도 면역 체계에 기억돼 바이러스가 다시 침투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장기적인 면역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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