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미국 첫 여성 부통령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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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고위직에 오를 때면 ‘유리천장을 깼다’는 말이 나옵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한 은유적 표현입니다. 제도 이면에 있는 조직 내 관행과 문화에 의해 능력과 관계없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나타낸 말입니다.

이 용어는 1979년 미국 경제전문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처음 등장하면서 알려졌다고 합니다. 1991년 미국 정부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제도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마침내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소식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유리천장이 사라지고 있지만, 남성 위주의 스포츠 영역에서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기에는 버거웠습니다. 13일 마이애미 말린스는 중국계 미국인 여성 킴 응(51)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여성이 북미 남성 스포츠 구단의 단장직에 오른 것은 전 종목을 통틀어 응 단장이 처음입니다. MLB 사무국의 운영 부문 수석부사장이었던 응 단장은 “내가 처음 이 업계에 들어왔을 때 여성이 메이저리그 팀을 이끈다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난 끈질기게 나의 목표를 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래전에 유리천장이 깨진 미 의회에서는 18일 낸시 펠로시 현 하원의장을 재추대했습니다. 80세의 이 여성 정치인을 능가하는 인물을 못 찾은 모양입니다.

미국 사회에서 아직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은 대통령입니다. 2016년 11월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했습니다.

4년이 흘러 올해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는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 당선인이 된 카멀라 해리스(56·사진)가 여성 참정권의 상징인 흰색 정장을 입고 무대 위에 올랐습니다. 언론은 해리스의 미래에 더 주목하는 듯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나이(78세)를 감안하면 그의 재선을 고려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여성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인물로 해리스가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해리스는 젊은 데다 열정적인 연설로 선거 기간 ‘여자 오바마’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해리스에게는 수많은 ‘최초’ 타이틀이 붙어 있습니다. 유리천장을 차례로 부수며 성장한 그의 인생을 나타냅니다. 그는 여성, 흑인, 아시아계로서 마이너리티(사회적 소수자)입니다.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자신을 흑인이라고 인식하며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해리스는 로스쿨을 졸업한 뒤 검사, 검사장,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거쳤습니다. 2003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지방 검사가 된 뒤 그는 미국 내 가장 진보적인 검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한국에서 제도적으로 여성이 오르지 못할 직위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확률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는 듯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하위권입니다. 제도 개선과는 별개로 아직 남아 있는 유리천장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미국#첫 여성 부통령#카멀라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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