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할퀸 삶]4∼10월 평균 복직률 38.5% 추정
“실업자 되는 건 시간문제일뿐”… 美서도 영구실업이 일시해고 추월
“정부 지원금이 있다고 해도 회사가 돈을 못 버는데 더 버틸 수 있을까요? 곧 실업자 딱지가 붙겠지요.”
서울의 한 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서 만난 최모 씨(42·여)의 한숨은 옆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깊었다. 여행사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그의 올해 달력엔 출근한 날보다 출근하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고 ‘근로시간 제로(0)’의 일시휴직자가 됐다. 최 씨는 “그나마 남편 벌이가 있어 다행이지만 앞날은 모른다. 초등학생 딸아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며 이것저것 새로운 일을 배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일터를 떠난 휴직자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이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데서 알 수 있듯 고용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통계상 취업자로 잡히는 일시휴직자가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4∼10월 일시휴직자의 평균 복직률은 38.5%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7∼2019년 평균인 42%보다 3.5%포인트 낮다. 7월에는 복직률이 29.2%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9, 10월 40%대로 올라섰지만 3차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일시휴직자들의 속도 타들어간다. 일시휴직으로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자리를 아예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미국에선 이미 일시휴직자가 실업자로 빠르게 전환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지난달 미국의 ‘영구 실업자’는 368만 명으로 일시휴직자인 ‘일시적 해고자’(321만 명)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베스 앤 보비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일터 밖으로 밀려났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급감한 이들은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거나 사채에 손을 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 ‘가구소득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채를 이용해 생활비를 충당한 비율은 저소득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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