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환자실에 혼수상태로 있던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50대 중국인 남편이 항소심에서 ‘충동적 제거’ 및 ‘의료진 일부 과실’ 등을 주장했다.
25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박재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살인 혐의 이모씨(59)의 항소심에서 이씨 측은 “의료진이 보는 앞에서 충동적으로 호흡기를 제거했고, 이후 격리됐다. 당시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재설치 할 수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방치한 만큼 의료진 과실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이씨 범행이 아내의 직접적 사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몰래 호흡기를 제거했다면 온전히 피고인의 범행이지만, 의료진 앞에서 제거했고, 의사의 판단으로 재삽관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재삽관을 거부한 적도 없다”며 담당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 측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 앞에서 호흡기를 제거했으며 이후 의사는 연락을 받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사가 증인으로 출석하더라도 특별한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관련 기록상 의료진이 재설치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자료가 있는 만큼 증인은 채택하지 않는 걸로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숨진 피해자의 회복가능성이 전혀 없었는지, 합법적 연명의료절차 안내를 받았다는데 문제가 없었는지, 호흡기 제거 후 의사가 재부착할 의무가 있는건지 등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한편 이후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23일 오후 2시55분에 열린다.
한편 이씨는 아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일주일째인 지난해 6월4일 오전 9시30분쯤 아내의 기도에 삽입돼 있는 인공호흡기의 기도 내 삽관을 손으로 완전히 뽑아 제거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는 혼수상태로 의식이 없고 스스로 호흡할 수 없는 상태였던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쟁점이 됐다.
이씨가 범행 동기 중 하나로 꼽은 ‘경제적 부담’을 놓고도 공방이 오고갔다.
1심 재판부는 유죄 의견을 낸 배심원단 평결을 받아들여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당시 배심원 9명 가운데 5명은 징역 5년, 3명은 징역 4년, 1명은 징역 3년의 집행유예 5년의 의견을 냈다.
1심 선고공판 최후진술에서 이씨는 “미안하다. 아내, 미안. 형편이 어려워….”라고 말한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