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25일 대검찰청에 출근하지 않고,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다. 추미애 장관이 자신을 직무 배제한 전날 윤 총장은 가까운 검사들과 자택에서 밤늦게까지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주변에 “개인의 직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와 징계청구 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26일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명령 집행정지신청과 함께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대형 로펌이 아닌 개인법률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판사 출신 변호사를 이미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신청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과 가까운 인사는 “윤 총장이 직접 신청서를 자구 하나까지 다듬고 있다. 속전속결식으로 신속하게 진행할 것”고 전했다. 수십 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윤 총장을 돕겠다고 연락 오고 있지만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 “변호인을 대규모로 선임해 세를 과시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도 아니고 이 사건은 단순 행정사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소송을 제기하면 서울행정법원의 11개 합의부 가운데 한 곳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근거가 6가지여서 서울행정법원의 내부규정상 단독재판부가 아닌 합의재판부가 판단하게 된다. 재판부 배당은 전자배당으로 결정되는데, 현재 합의부 재판장은 사법연수원 23기인 윤 총장의 후배 기수인 24~30기가 맡고 있다.
통상적으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1주일 이내에 결론이 나오지만 법무부의 징계 전에 판단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에서 일단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직무정지가 일단 중단된다. 이 경우 징계처분과 관련한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윤 총장은 자신의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윤 총장이 총장직에 복귀하게 되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추 장관에게는 정치적, 법률적으로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소송이 기각되면 윤 총장은 법무부징계위원회 등에서도 불리한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100여명 이상의 법관들을 수사하고 기소한 악연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추 장관이 직무 배제 사유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 사찰의 책임이 있다’고 한 것도 윤 총장이 제기할 소송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 고도예기자 yea@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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