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여성 일-육아 이중고… 육아아빠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6일 03시 00분


이정옥 여가부 장관-할그렌 주한 스웨덴대사 좌담회
스웨덴 성평등 지수 세계 최고…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 45% 넘어
아빠 전용 휴가 등 정책지원 효과
공동육아나눔터 등 공적돌봄 늘려 코로나시대 여성 실직위기 줄여야

19일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장관 접견실에서 이정옥 장관(왼쪽)과 야코브 할그렌 주한 스웨덴대사가 양국의 육아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9일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장관 접견실에서 이정옥 장관(왼쪽)과 야코브 할그렌 주한 스웨덴대사가 양국의 육아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스웨덴 아빠들한테도 육아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죠.”

이달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과 정책좌담회를 가진 야코브 할그렌 주한 스웨덴대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럼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더 많은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할그렌 대사는 세 자녀를 위해 각각 7개월의 육아휴직을 한 경험이 있는 이른바 ‘라테파파’다.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아빠를 의미하는 라테파파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이날 이 장관과 할그렌 대사가 ‘일·생활 균형 및 가족친화 문화 확산’을 주제로 가진 좌담회는 두 나라가 지난해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른 교류사업의 하나다. 한국과 스웨덴은 지난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성평등 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다. 앞서 여성가족부와 주한 스웨덴대사관은 가족친화 경영 포럼과 사진전 등을 함께 개최한 바 있다. 이 장관은 “국가 간 교류는 대개 경제협력이 주목적인데 양성평등의 가치를 외교적으로 교류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라고 했다.

스웨덴은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이 189개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GII)에서 0.04점을 받아 세계 최저 수준의 불평등지수를 기록했다. 라테파파라고 하면 가장 먼저 스웨덴 남성을 떠올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남성 육아 참여율도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스웨덴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전체 육아휴직자의 45.3%에 이른다.

할그렌 대사는 이런 성과가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1974년 부모육아휴가법이 만들어졌지만 이후 수십 년간은 직장을 다니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게 하는 사회적 편견들이 있었다”며 “1995년엔 ‘아빠의 달’ 제도(육아휴직기간 중 90일은 반드시 아빠가 사용하도록 한 것)를 만들어 시행하는 등 제도와 정책을 정비하는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웨덴에서 자녀 1명당 부모가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은 총 480일이다. 횟수나 기간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나눠 쓸 수 있다. 하지만 480일 중 90일씩은 엄마와 아빠의 각자 몫으로 돼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90일에 못 미치는 기간을 사용해도 남는 기간을 배우자 몫으로 돌려주지 않는다.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장관은 “스웨덴 사례를 보면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며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했다. 2014년 한국도 스웨덴과 유사한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를 도입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사용자에게는 휴직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100%(월 상한 250만 원)를 지급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50%(월 상한 120만 원)다. 대부분 엄마가 먼저 육아휴직을 한다는 점을 고려해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는 2009년 502명에서 지난해에는 2만2297명으로 40배 이상 증가하긴 했지만 아직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올 상반기 기준)은 30%가 채 안 된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들이 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몰려 있다. 할그렌 대사는 “소규모 사업장의 양성불평등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과 육아 문제로 힘들어하는 여성이 더 많아졌다. 이 장관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용 충격은 여성들에게 더 큰 타격”이라며 “여성 노동자는 일자리와 돌봄 측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할그렌 대사도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고 일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스웨덴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공동육아나눔터 등 공적돌봄의 역할을 확대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변동되는 경제구조에서 여성이 배제되지 않도록 취업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할그렌 대사는 “일·가정 양립이 잘되고 그래서 더 많은 여성이 일터로 나오는 것이 결국 경제에도 좋은 일”이라며 “한국도 이 점에 있어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이정옥 여가부 장관#할그렌 주한 스웨덴대사 좌담회#양성평등 분야 협력 mou#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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