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25)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자 “아직 여러 명의 가해자들이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고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건도 있다”며 성착취 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끝장을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이날 법원 판결을 두고 “상징성이 있는 ‘박사’ 조주빈에 대한 오늘 판결은 사회에, 특히 여성시민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중에서는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조주빈 이외의 수많은 가해자가 법정에 서고 있지만 아직도 단순 유포 사건은 벌금형으로 끝나는 등 형량이 몹시 가볍고, 지난 16일에는 ‘와치맨’ 전 모씨가 고작 7년형을 받았다”며 “피해 지원에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여전히 가해자 입장에서 양형을 정하는 사법부를 비판했다. 권효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는 “거의 모든 가해자가 매일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진정으로 사과를 할 거라면 그 대상은 피해자여야 마땅하다”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칠 수 있도록 반성의 정도에 맞는 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유포와 소지에는 아직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며 “한번 유포된 영상같은 이미지물은 2차, 3차, n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디지털성폭력의 특수성과 피해를 이해해 그에 맞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도 대독을 통해 발언을 남겼다. 그는 “오늘 주범 조주빈이 선고되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다”며 “재판부는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공범들에게도 엄벌을 내려주시고 이런 사회악적인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성 착취의 근간을 찾아 발본색원하고,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피해자 회복을 꾀할 수 있게 사회 인식을 갖춰가는 일은 결코 짧은 호흡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을 알고 있기에 더 많은 시민과 함께 길고 노련한 호흡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이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관한 법률위반(음란물제작·배포등)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과 신상정보공개 고지 10년 및 아동·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제한 10년도 함께 명령했다.
‘랄로’ 천모씨(29)에게는 징역 15년 ‘도널드푸틴’ 강모씨(24)에게 징역 13년을, ‘블루99’ 임모씨(33)에게는 징역 8년을, ‘오뎅’ 장모씨(40)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태평양’ 이모군(16)은 장기 10년에 단기 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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