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60여 개의 크고 작은 장례식장이 운영되고 있다.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엄숙한 공간이지만 일부 업체가 유족의 슬픔을 이용해 바가지를 씌우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고인을 유치한 대가로 상조회사나 장의업자 등에게 지불한 리베이트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던 것이다.
㈜부산시민장례식장은 이 같은 불법 뒷거래 대신 과감한 할인을 선언하며 2013년 12월 부산진구에 문을 열었다. 업계 관행에 맞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문성훈 대표(32)는 “1년간 빈소 가동률이 50%도 되지 않았다. 쉬운 길을 알고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용이 저렴한 데다 친절하다는 평이 점점 입소문을 탔다. 꾸준히 이용객이 늘며 3년 전부턴 매월 200여 명이 이용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빈소 가동률은 약 80%. 부산시가 운영하는 납골당을 가진 부산영락공원을 제치고 가장 많은 부산시민이 이용하는 장례식장으로 떠올랐다. 7층 규모, 총 18개의 빈소로 구성돼 있다.
문 대표는 창업주인 아버지 문병기 전 대표에 이어 2016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30여 년 실무자로 종사하신 부친은 장례 업계가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유족의 아픔을 이용해 관, 수의 등 장례용품을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팔았던 업계의 관행을 없애고 싶었다고 한다. 상조회사 등과 손잡지 않고 모든 장례 절차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사설 납골당, 영정 사진 등 추가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에겐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특별 할인가로 제공한다. 건물 맨 위층에는 장례로 지친 유족의 건강을 위해 9개의 호텔식 게스트룸을 갖췄다. 고객 감동을 위해 초빙 강사를 섭외하는 등 100여 명의 직원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가격은 내리고 서비스 품질은 올려 업계 수위로 올라서자 지역에선 비슷한 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업체도 생겼다. 투명하게 운영하는 장례식장의 대표 사례로 꼽혀 전국장례협회에서 견학을 온 적도 있다.
문 대표는 장례업을 하기 전 외식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슬픈 분들을 상대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처음엔 힘들었다. 하지만 장례를 마친 뒤 ‘고인의 마지막 길을 덕분에 편히 모셨다’는 인사를 받으며 뜻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사회 공헌에도 적극적이다. ‘시민 911구급차’가 그중 하나다. 고인뿐 아니라 환자 이송이 가능하도록 허가받은 구급차량으로 인근 병원 등에서 위급 시 도움을 청하면 이송팀과 응급구조사를 동반해 출동한다.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과 연탄, 과일 등을 전달하고 취약계층을 위해 매년 2억 원 규모의 무료 장례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해는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부산 개금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 내 장례식장 운영을 위탁받아 사세를 확장했다. 해운대백병원은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하는 미술작가들을 돕기 위한 갤러리를 로비에 꾸며 눈길을 끈다. 문 대표는 “거품을 뺀 바람직한 장례 문화가 형성돼 장례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변했으면 좋겠다. 이웃과 더 많이 나누는 착한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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