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6일 500명을 넘었다. 8, 9월 2차 유행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확산 속도는 방역당국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6일 “현재 수준에서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지 않으면 2주나 4주 후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에서 400명 가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확진자는 불과 열흘 만에 16일(223명)의 2배가 넘는 500명을 기록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9일 343명이었던 신규 확진자 수는 일주일 만에 1.7배로 늘었다. 8, 9월 2차 유행 때는 정점(441명)을 찍기까지 일주일 새(8월 20∼27일) 확진자가 1.5배로 증가했다. 현재 유행은 2차 유행과 비교해 확진자 수만 많은 게 아니라 확산 속도도 빠른 것이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확진자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실내 활동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3밀(밀폐·밀집·밀접)’이 자주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집단감염의 수는 크게 늘었다. 집단감염 발생 추이를 보면 11월 둘째 주(8∼14일) 일주일간 환자가 발생한 집단감염의 수는 41건으로 10월 마지막 주(25∼31일) 17건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거리 두기가 효과를 낸다면 다음 주말 정도에 유행의 정점을 지날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상황도 감염 규모를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상향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드는 대신 가족 등 가까운 지인과 접촉 빈도는 늘었다. 방역당국 집계에 따르면 10월 마지막 주 3건에 불과했던 가족·지인 모임 관련 집단감염은 11월 둘째 주 18건으로 6배로 늘었다. 이런 가까운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는 방역수칙 준수에 소홀해지기 쉽다. 그만큼 감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나들이를 못 가는 대신 개인 활동이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도 많아지는데 이런 경우에도 마스크 착용을 잘 안 지킬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생한 서울 강서·서초구 사우나, 부산·울산 장구강습소 집단감염이 대표적인 예다.
확진자 중 젊은층 비율도 늘고 있다. 26일 신규 확진자 가운데 20∼40대는 51.6%에 달한다. 젊은층은 이동반경이 넓고 경증 혹은 무증상 환자가 많아 고령층에 비해 감염의 전파 속도가 빠르다. 이날 방역당국도 국내 확진자 가운데 무증상자의 비율이 약 40%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층 가운데는 본인이 환자인 줄도 모르는 채 돌아다니는 ‘숨은 환자’도 많을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조용한 전파’를 이끌어 산발적인 감염 확산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17개 시도에서 모두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모든 시도에서 확진자가 나온 건 8월 28일 이후 90일 만이다.
방역당국은 거리 두기 효과가 나타나는 1, 2주 후까지 기본적인 방역수칙에 충실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단장은 “대표적인 (방역) 대책 중 하나인 마스크의 효과는 의심할 여지없이 강력하다”면서 “최근 증가세는 환자·접촉자 격리나 위생수칙 준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필수적이지 않은 방문이나 모임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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