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직원 A씨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이후 친구들과 모텔에서 술자리를 이어가는 손님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아무래도 저녁 9시 이후부터는 가게에서 술을 못마시니까 모텔로 오는 듯 하다”며 “친구들과 자정까지 술을 마시거나 아예 자고 다음 날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이후 일반주점과 음식점 영업이 제한되자 숙박업소나 파티룸으로 몰리는 ‘풍선효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리두기 2단계 아래에서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배달만 허용되고 음식점은 저녁시간까지 정상영업을 이어가되 밤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할 수 있다.
각종 모임이 잦은 연말, 일반주점과 음식점이 일찍 문을 닫으면서 숙박업소와 같은 대체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강남의 한 호텔 직원은 “거리두기 1.5단계 때도 술 마시러 찾아오는 손님이 꽤 있었다. 이번 2단계 때도 술자리를 이어가기 위해 업소를 방문하는 손님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
파티룸에서 연말모임을 열겠다는 이들도 다수다. 보통 연말에는 파티룸 수요가 급증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을 피해 파티룸을 찾는 사람도 더 늘었다.
직장인 나모씨(27)는 “직장동료 5명과 파티룸을 잡아서 보낼 계획”이라며 “핼러윈 때도 파티룸을 잡고 놀았다.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외부 접촉을 줄이면 안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울 내 파티룸 중 인기가 많은 곳은 벌써 12월까지 주말 예약이 꽉 찼다. 홍대 인근 파티룸의 직원 B씨는 “12월 중 토요일 하루, 일요일 하루를 제외하곤 예약이 다 찼다”며 “연말이 다가오면서 예약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모씨(26)는 “코로나19가 심해져서 친구 5명이랑 파티룸을 잡기로 했다”며 “그런데 이미 괜찮은 파티룸은 예약이 다 차서 랜선 송년회해야 할 판”이라고 아쉬워했다.
2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69명 발생했다. 이틀 연속 500명대로, 지난 23일 271명 발생 이후 나흘 만에 약 두배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제한된 공간에 사람이 모일 경우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모임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행 중 무증상자가 있다면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고 그 가족이나 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말 모임을 숙박업소나 파티룸에서 열어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일행 중 무증상자가 있을 경우, 장시간 함께 있는 만큼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사적 모임 중 마스크를 벗고 있는 것도 위험요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구가 많은 서울의 경우 모임 관련 규제를 더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대로 가면 결국 3차 유행은 2030세대가 끌고 갈 수도 있다”며 모임 자제를 당부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오는 29일 전국 거리두기 2단계 상향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