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민의당 소속 의원 110명이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 등 이른바 ‘추-윤 갈등’과 관련한 사건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 카드를 먼저 꺼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선(先) 수사, 후(後) 국정조사’로 선회한 가운데, 다음 달 2일이 법정처리 기일인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여야 협상과 맞물려 국정조사 시기와 방법에 대한 협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등으로 인한 법치문란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국조 요구서엔 양당 의원 전원과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등 무소속 의원 등 보수야권 의원 110명이 서명했다.
야당이 국조 요구서에 기재한 조사 대상 11개 항목엔 ‘판사 사찰 의혹’ 등 윤 총장 관련 징계위원회 회부 사건부터 야권이 주장해 온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 의혹 및 아들 휴가 관련 의혹까지 추 장관이 윤 총장 및 야권과 충돌한 대부분의 사건이 망라됐다.
특히 야당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건을 1번 조사대상으로 내세우는 등 추 장관과 민주당이 윤 총장을 압박하며 제기한 의혹들을 4개 항목으로 적시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과 관련한 윤 총장의 감찰 방해 및 측근 비호 의혹, 라임 수사 관련 검사의 술 접대 의혹 및 정치인 수사 은폐 의혹,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 임의 사용 의혹 등이 그것이다.
야당은 또 추 장관 관련 의혹으로는 검찰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 제시권 박탈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조국 전 장관 일가 사건 등 현 정권 연루 사건 수사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 남용 의혹, 추 장관 아들 휴가 미복귀 사건 관련 국회 허위답변 및 검찰 ‘무혐의’ 수사 발표 과정 의혹,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부장검사의 폭행사건 관련 부당한 수사지휘 의혹 등을 적시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열어 추 장관과 윤 총장 본인과 관련 인사들을 국회에 불러 질의응답을 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주장한 국정조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정조사를 관철시킨다는 전략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 등에서 “추 장관이 광인전략을 구사한다고 봤는데, 광인전략인지 (실제) 광인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이 대표가 먼저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레임덕이 온 것인가, 말씀 무게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국정조사 카드를 먼저 꺼낸 민주당은 일단 법무부 감찰 결과와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국회가 조사·확인하고 제도적으로 정리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법무부 감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회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5일 “법무부 규명과 병행해 국회에서도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해 달라”고 한 것에서 달라진 태도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시급한 것은 법무부의 징계 절차를 신속하게 해 나가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수사 의뢰를 했고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못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조사 요구는 재적의원(300명) 4분의 1(75명)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국정조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여야가 협의해 상임위를 지정하거나 특위를 구성하고, 조사계획서를 본회의에서 처리(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실시가 불가능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