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다음 달 14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하면 백악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가 직접적으로 승복 의사를 밝힌 것이 처음인 데다 승복 기준 및 시점까지 제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인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선거인단이 조 바이든 당선인을 선출하면 백악관을 떠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직선제와 간선제가 혼합된 미 대선에서는 이달 3일 일반 유권자가 투표한 50개 주별 승리 결과를 토대로 각 주 선거인단이 다음 달 14일 투표로 대통령을 최종 선출한다. 선거인단 투표는 개인적 선호에 관계없이 무조건 주별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과거 일부 선거인단이 주별 결과를 무시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다른 후보를 찍었다 대법원 판결로 제지당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538명의 선거인단 중 각각 306명, 232명을 확보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대한 사기가 일어났다. 바이든이 8000만 표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단이 바이든을 찍는 것은 실수이며 내년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식까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별 결과를 무시하고 자신을 찍어달라는 암묵적 호소를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선거인단 투표일까지 각종 대선 관련 불복 소송을 이어가되 패배 확정 때를 대비해 탈출구도 마련해두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겠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다음 주, 혹은 그다음 주에 출시될 것이며, 최일선 근로자, 의료 종사자, 노인 등에게 먼저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이 바이든 당선인의 공이 아닌 자신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인 질 여사와 함께 작성한 CNN 기고문에서 “대규모 가족 모임을 자제하고 함께 시련을 극복하자.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이 우리를 분열시켰지만 서로가 아닌 바이러스와 전쟁하고 있음을 기억하자”며 국민 화합을 촉구했다.
27일 국제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1320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 역시 27만 명에 육박한다. 일부 전문가는 향후 10일 안에 미국의 일일 신규 사망자가 현재 2000명대의 2배인 4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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