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어떻게” 취약계층 막막…3차 유행에 기부·봉사 절반 뚝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28일 07시 30분


27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가정집에 연탄이 쌓여있다. 2020.11.27 © 뉴스1
27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가정집에 연탄이 쌓여있다. 2020.11.27 © 뉴스1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는데…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입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희망촌’에 거주하는 김씨(80)는 올겨울 생각에 한숨만 내쉬었다. 매년 각종 시민단체가 지원해준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이겨냈지만, 올해는 지원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겨울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 사회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사회적 약자들의 겨울나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침체와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인해 기부와 봉사활동이 절반이상 줄어들면서 당장 겨울나기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앞서 소개한 김씨와 이웃인 30여 가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이 거주하는 집의 낡고 오래된 벽은 겨울의 찬바람을 막아주지 못한다. 전기장판을 작동하고 여러 장의 이불을 덮는데도 방안은 찬바람이 가득하다.

집에는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아 겨울이면 기름이나 연탄을 이용한다. 한드럼에 15만원이나 하는 기름은 이들의 선택지에 없다. 난방을 위해서는 1장에 800원하는 연탄인데 이마저도 직접 구매하기 부담스럽다.

다행히 매년 9~10월부터 각종 기부단체가 연탄을 지원하며 이들의 겨울나기를 도아왔다. 이맘때면 각종 언론을 통해 연탄을 얼굴에 묻힌 봉사활동 사진이 대거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기부와 봉사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연탄 지원규모도 대폭 줄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4235명의 자원봉사자가 92만7697장의 연탄을 6349만 가구에 전달했다. 언뜻 많은 숫자로 보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1만7256명의 자원봉사자가 486만8999장의 연탄을 2만5033가구에 전달했다. 1년 만에 자원봉사자는 1/4, 연탄 수는 1/5 가량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접촉 자체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자원봉사도 줄었다. 코로나19가 소강생태일 때는 잠시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재확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자원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실제 27일 희망촌에서는 한국철강협회가 2100장의 연탄기부와 함께 30여명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전날까지 다른 단체가 함께 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급하게 봉사활동을 취소했다.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라도 방역은 최우선이다. 한국철강협회 소속 봉사자들은 봉사활동에 앞서 교육을 받고 손소독, 마스크와 비닐장갑 착용한 채 연탄을 배달했다. 대면접촉을 막기 위해 연탄을 받는 이들과의 만남도 줄였다.

각종 행사도 줄이어 취소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후원이 줄었고, 여기에 대면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진 결과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행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행사를 진행하는 단체도, 지원하는 기업도, 자원봉사자들도 모두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라며 “수도권은 이제 1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말이면 장애인과 노약자 등이 주로 활동하는 시설을 찾았던 자원봉사자도 줄면서 연말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 모습도 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코로나19로 기부와 자원봉사자가 반토막 났다. 다들 힘들지만 어려운 계층에게는 더욱 힘든 시기가 오고 있는 것”이라며 “작은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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