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예정된 고위 공무원 정기 인사를 앞두고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 업무협의차 국회를 찾은 한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인사 시즌을 앞둔 정부 분위기를 전하며 이 같은 푸념을 내뱉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성난 민심을 의식해 다주택 고위 공무원들에게 처분을 압박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능력이 있어도 다주택자란 이유만으로 원천 배제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무주택·1주택자들은 어부지리를 노리며 기대감이 한껏 부푸는 부작용도 있다.
중앙부처 A과장은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에 살다가 부처 이전으로 세종에 내려가면서 집 한 채를 더 소유하게 됐다”며 “실거주하는 세종 집을 팔기도, 부모님이 거주하는 서울 집을 팔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A과장은 “다주택자를 워낙 잡는 분위기다. 1급뿐 아니라 국장급 대상자까지 인사에 반영한다고 한다”며 “이번 승진은 물 건너간 셈이라 마음을 비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그간 수차례 이어진 부동산 대책에도 민심이 심상치 않자 다주택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7월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의 다주택 처분을 권고한 바 있다.
청와대의 다주택 처분 권고는 관가로도 번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장·차관을 포함한 2급 이상 공직자의 다주택 현황 파악을 지시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다.
청와대와 정부의 압박에도 고위 공무원 중 다수는 다주택을 유지 중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주택을 유지하는 이들은 인사 불이익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앙부처 B국장은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가 아닌 다른 부처까지 1주택을 강제하는 건 지나치지 않느냐”며 “개인 재산은 사적 영역인데 이를 인사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관가는 내년 2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인사 평가·검증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 보유 숫자가 중요한 평가요소로 떠오르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능력 유무와 무관한 주택 보유 현황이 주요 평가 잣대로 떠오르면서 불만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국장급 공무원 C씨는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 쪽은 다주택자냐, 아니냐로 벌써부터 하마평이 오르내린다”며 “급매 처분도 여의치 않은 이들은 마음을 접는 분위기고, 승진이 불투명했던 이들 중 무주택·1주택 공무원들은 ‘나비효과’ 기대감이 큰 듯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주택 보유 여부가 최대 평가요소라는 게 공공연히 거론되는데 최근에는 실장급은 물론, 2급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국토부 공무원들에 대한 압박이 가장 크다고 한다. 이제는 과장급들까지 내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에 2주택을 보유해 논란 끝에 퇴직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퇴직 후에도 다주택을 유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수석이 보유한 강남과 잠실 아파트 가격은 8개월 새 6억원가량 급등했다.
서울 반포 대신 청주 아파트를 먼저 매각해 ‘똘똘한 한 채’ 논란을 낳았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후 반포 아파트도 추가 매각해 무주택자가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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