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의 한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병해 정부가 방역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고 나섰다. 야생 조류가 아닌 가금류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건 2년 8개월 만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야생 멧돼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어 동물 감염병 경고등이 켜졌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읍시 소재 육용 오리농장에서 27일 오리를 출하하기 전 실시한 검사에서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다음날 확진 판정이 나왔다. 지난달 21일 철새 도래지인 충남 천안시 봉강천 일대의 야생 조류에서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된 지 36일 만에 가금류 농장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이다. 국내 가금류 농장에서 AI가 나온 건 2018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최근 시베리아 등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를 통해 고병원성 국내로 AI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농장 주변 철새도래지 등 오염된 야생 조류를 통한 유입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 역학조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야생 조류에서 잇따라 8건이 검출된 데 이어 가금류 농장까지 AI가 확산하자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전국 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해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또 의심 신고가 들어오자마자 발병농장의 오리 1만9000마리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했다.
확진 판정이 나온 뒤에는 발병 농장 인근 3㎞ 내에 있는 가금농장 6곳의 닭과 오리 39만2000마리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농장 인근 10㎞ 내 가금농장 68곳(290만5000마리)에도 30일간 이동제한 명령을 내리고 정밀 검사를 실시한다. 이와 별개로 정읍시의 모든 가금류 농장 종사자는 28일부터 7일간 이동과 출입이 제한된다. 전국 가금농장에서는 닭이나 오리를 방사해서 키우는 것이 금지되고 전국 전통시장에서 생후 70일 미만인 병아리를 유통할 수 없다.
닭과 오리를 키우는 농가들은 최악의 AI 사태로 꼽히는 2016년의 악몽이 되풀이될까 걱정하고 있다. 당시 전국에서 300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소비자들이 불안한 마음에 닭, 오리, 계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는 전국 도축장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될 수 없다“면서 ”만에 하나 유통된다고 해도 75도에서 5분만 가열하면 바이러스가 사멸해 염려할 필요 없다“고 했다. 계란이나 오리알은 그 자체로 AI에 감염되지 않는데다 껍질에 바이러스가 묻어도 세척해서 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한편 25일 경기 가평군에서 포획한 멧돼지 4마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ASF 감염 멧돼지가 발견된 지자체는 10곳으로 늘었다. ASF 감염 멧돼지는 지난해 10월 경기 연천군에서 첫 사례가 나온 이후 28일까지 816마리가 발견됐다. 멧돼지는 겨울 번식기를 맞아 접촉이 늘어나고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ASF 감염 개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강원 화천군 돼지농장 2곳에서도 약 1년 만에 ASF가 발병했는데 야생멧돼지 감염이 증가하면서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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