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AI가 인류를 앞서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상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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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대처하는 능력 뛰어나고
사람들과 의사소통에 탁월하며
비판적인 사고로 행동해야겠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분야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인공지능(AI)을 잘 아는 것을 넘어서 AI를 이용해 우리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성찰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분야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인공지능(AI)을 잘 아는 것을 넘어서 AI를 이용해 우리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성찰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는 지금 급변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말은 과거부터 많은 사람들이 늘상 해왔습니다. 그렇지만 20세기 이후 팬데믹이 세 번(1918년 스페인독감,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100년에 세 번 정도 있을 확률을 겪는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이 변할 때 꼭 언급되는 말이 있습니다. 변화에 맞춰 이에 대비하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변해야 하는 이유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이 일상적인 사회가 되면서 교육도 온라인이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말도 많습니다. 과연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교육의 변화 방향

이미 1998년에 교육의 달라져야 할 모습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된 ‘데세코(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프로젝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원을 받아 영국을 비롯한 유럽을 중심으로 12개 국가가 수행한 연구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개인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미래사회에서 개인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3대 핵심 역량을 ‘도구를 상호적으로 활용하기(Use tools interactively)’ ‘이질적인 집단 안에서의 사회적인 상호작용(Interact in heterogeneous groups)’ ‘자율적으로 행동하기(Act autonomously)’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데세코 프로젝트에서 강조한 것 중에 우리나라에서는 빠진 것이 있습니다. 데세코 프로젝트에서 강조한 세 가지 역량 틀의 중심은 ‘성찰성(reflectiveness)입니다. 성찰성이란 일정한 방식을 관례대로 적용하여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 경험에서 배우는 능력, 그리고 비판적인 자세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포함합니다.

성찰성은 환경 위기에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위험사회’를 쓴 독일의 울리히 벡은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근대화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 근대화가 산업사회를 탄생시켰다고 말합니다. 산업사회는 경제 발전, 부의 증대, 과학기술의 발전 등 우리 사회는 진보해야 한다는 믿음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단순 근대성은 부의 불평등한 생산을 만들어내 경제적으로 차별되는 계급이 만들어지게 했습니다. 또 진보에 대한 믿음 때문에 자연을 도구화해 개발하는 데 치우치고, 생태계가 가진 부양능력을 고려하지 않아 환경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후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에서 보는 것처럼 이런 근대성이 만드는 위험은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벡은 이런 위험들을 만든 단순 근대화를 더욱 합리화하여 합리화의 합리화 즉, 성찰적 근대화를 이루어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벡은 독일에서 녹색당의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녹색당은 1998년 사민당과 같이 정권을 창출했습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최종 에너지 분담률을 60%까지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80∼90% 줄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위험사회와 성찰적 근대화, 그리고 녹색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독일이 이런 청사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찰적 행위자로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사회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미래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흔히 말하는 창의적인 인간, 정보처리 능력이 탁월한 인간이 되어야 할까요? 여기에 심미적 감성을 갖추고 주위 사람들과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인성도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할까요? 역량중심교육을 받으면 이렇게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의문에 온전한 답이 될 수는 없지만 변화와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답이 위에서 말한 성찰성을 갖춘 ‘성찰적 행위자’입니다. 성찰적 행위자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달콤한 초콜릿을 살 때, 공장에서 노동력을 착취해 싼값에 파는 초콜릿과 노동자에게 적절한 근로조건 및 임금을 지급하고 생산해 상대적으로 비싸게 파는 공정무역 초콜릿 중 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의식을 갖추면 성찰적 행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소비한 화석연료가 부메랑이 되어 기후위기로 나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는 것 역시 성찰적 행위자입니다. 그리고 생각을 넘어서 실천을 할 수 있어야 하겠죠. 내 주위 사람과 자연을 고려해 불편이나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성찰적 행위는 그리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0년경 AI가 인간을 앞서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때가 되면 AI에 지배받는 사람과 AI를 지배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AI를 지배하는 사람은 코딩이나 수학 또는 과학을 잘하는 사람일까요? 이런 것들을 잘하면 다양한 경제행위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성찰적 행위자일까요? 그런 사람은 AI를 이용해 경제적 행위를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AI를 잘 알고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를 이용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세계관을 가지는 역량을 키우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소소하지만 일상적인 실천이 환경 문제와 기후위기로부터 우리와 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AI를 넘어서는 성찰적 행위자입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
#ai#인류#인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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