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공사 중이던 12층서 화염
2명 추락… 2명은 옥상계단서 숨져
아래위층 8가구 피해… 7명 부상
소방당국 “난로 열기에 불붙은 듯”
“어떡해…. 아이고, 어떡하나.”
1일 오후 경기 군포에 있는 한 아파트. 900채가 넘는 단지의 한 동에서 시커멓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12층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새빨간 화염에 휩싸인 채 타올랐다. 화재 현장을 지켜보던 바깥 주민들은 불길이 주변으로 번져가자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다.
○ 인테리어 공사 도중 ‘펑’ 폭발음 들려
이날 오후 4시 37분경 해당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오후 10시 기준 4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이 다쳤다. ‘펑’ 하는 소리를 들은 주민이 곧장 119에 신고했으며, 6분 뒤인 43분경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불은 30여 분 만인 오후 5시 10분경에 초동 진압됐다.
화재가 발생한 집에선 이날 발코니 창문을 교체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파트 관리실 측은 “창호를 교체하는 공사가 있는 날이었다. 이날 하루만 진행한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전기난로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창문을 제거하던 공사 관계자들이 날씨가 추워 전기난로를 틀었으며, 우레탄폼이나 시너 등 인근의 가연물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불이 난 12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나머지 2명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 추락한 두 사람은 이날 공사를 위해 방문한 A 씨(31)와 태국 국적 B 씨(38)로 확인됐다. 나머지 두 사람은 15층 주민으로 추정되는 35세와 51세 여성이다.
특히 난간에 매달렸던 두 사람은 소방대가 도착하기 겨우 1분 전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단에서 발견된 사망자들도 대피로 비상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더 멀리 떨어진 엘리베이터 기계실로 가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소방 관계자는 “199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라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상자들은 13층과 15층에서 각각 3명씩 발견됐다. 6명은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비교적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측은 “사망자 2명이 발견된 옥상 계단에서 함께 찾은 부상자는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로 피해를 입은 집은 위아래로 모두 8가구에 이른다.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공인중개사 C 씨는 “불이 난 뒤 ‘살려 달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한 남성이 추락하는 걸 지켜본 주민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 긴박한 상황에 주민 3명 구출한 사다리차
사다리차를 끌고 현장에 와 있던 공사업체 관계자가 불길이 번지자 차량 사다리를 이용해 주민들을 구했다. 이 관계자는 아파트 유리창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땅으로 떨어지는 상황에도 끝까지 주민 3명을 구출했다.
특히 불이 난 집과 같은 층의 옆집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여성을 가까스로 구해내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불길이 집 전체로 옮겨붙어 여러 차례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으나, 주차장에 있던 사다리차가 사다리를 위로 올려 구조됐다. 한 주민은 “해당 주민이 사다리에 올라타다 난간에 매달리는 아찔한 장면이 반복돼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전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소방 등 가용 행정력을 총동원해 추가 구조자 수색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 장관은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해 유족들에게 사고를 알리고 부상자 치료와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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